한국일보

라스베가스의 ‘걸작’ 벨라지오 호텔 설계 마이클 홍씨

2004-08-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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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의 ‘걸작’ 벨라지오 호텔 설계 마이클 홍씨

마이크 홍씨가 디자인한 라스베가스 벨라지오 호텔 전경.

나의 철학은 콘크리트와 자연의 공존

’저드 파트너십’ 사 수석 부사장

고급 호텔이 줄비한 라스베가스에서도 벨라지오(Bellagio) 호텔은 시설과 서비스, 규모면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벨라지오 호텔은 또 건물 디자인 측면에서도 유럽식 고전미와 현대식 양식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작품’으로 인정을 받는다.
이 호텔의 건축가가 1.5세 한인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건축 철학으로 미국 건축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마이클 홍(45)씨다. 8세때인 지난67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온 홍씨는 캘리포니아주 베니스에 본부를 둔 세계적인 건축설계사무소인‘저드 파트너십’(Jerde Partnership)의 시니어 부사장 겸 수석 디자이너(Senior VP & Design Principal)다.
홍씨는 총 16억달러가 투자된 36층, 3,025 객실 벨라지오 호텔의 디자인을 위해 12명으로 구성된 디지이너 팀을 지휘하며 3년간을 현장에서 보냈다. 벨라지오 호텔은‘콘크리트 숲’이 아닌‘자연과 함께 숨쉬는 인조공간’으로 요약할 수 있는 홍씨의 디자인 철학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
홍씨는 호텔 소유주를 설득, 금싸라기 부지에 11에이커(47만9,160에이커) 크기의 인공 호수와 7,500여가지 각종 꽃과 식물이 심어진 9만스퀘어피트 크기의 식물원을 포함시켰다. 결과적으로 벨라지오 호텔은 이 거대한 인공호수의 1,200개 분수가 내뿜는 수중쇼와 식물원이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홍씨는“건축 설계는 사람이 단순히 먹고 자고 일하는 공간을 디자인하기보다는 재충전을 하고 정신적으로, 시각적으로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어야 한다”며 “프로젝트를 맡으면 건물을 먼저 디자인하는 등 건물이 주체가 아닌 전체 공간을 먼저 디자인하고 여기에 맞춰 건물을 디자인한다”고 말했다.
하얀 모래사장과 파란 바다가 코앞에 있는 베니스 비치 사무실에서 만난 홍씨는 현재 새크라멘토 기차역 주변을 주상복합단지로 재개발하는 대규모‘디포 디스트릭’(Depot District) 프로젝트를 맡아 조감도 작성에 심열을 쏟아붇고 있다. 240에이커 크기로 미개발 지역으로는 미국 도시중 가장 규모가 큰 이 프로젝트는 황무지에 하나의 거대한 신도시를 세우는 것으로 1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4,500채 주택과 오피스 건물, 샤핑센터, 문화및 녹지 공간 등이 들어서게 된다.
홍씨는 이에 앞서 솔트 레이크에 2002년 동계 올림픽에 앞서 2001년 11월 완공된 400만스퀘어피트 규모의 주상복합단지인‘게이트웨이’프로젝트를 통해 올바른 건축설계가 해당 지역은 물론 시 전체를 경제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홍씨는 어떤 건축 프로젝트에서도 건물보다는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만나고 숨쉬는 공동 공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면에서 홍씨는 한국에서 청개천 복원 사업을 시작되고 주한미군 용산기지가 녹지로 개발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저드 파트너십은 현재 한국에서도 아직 공개할 단계가 아닌 몇 개의 대형 재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77년 출발한 저드 파트너십은 그동안 벨라지오 호텔을 비롯, 84년LA올림픽, 샌디에고 호튼 플라자, LA 유니버설 시티워크, 미네소타주의 몰 오브 아메리카 등을 디자인했다. 해외에서는 일본 오사카의 주상복합단지인 남바팍, 동경의 로퐁지 힐스와 키타큐슈 도시 재개발 포르젝트, 중국의 황주 리버프론트 개발, 바일리안 쉬자오 샤핑몰 등을 디자인하면서 현재는 디자이너만 100명에 달하는 세계 유수의 건축설계사무소로 성장했다.
홍씨는 저드 파트너십이 지향하는 자연과 콘크리트가 공존하는 오픈 방식의 건축 철학이 특히 아시아 국가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84년 칼폴리 포모나 대학에서 건축학 학사학위를 받은후 87년 저드 파트너십에 입사한 홍씨는 능력있는 젊은 한인 건축가들의 양성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몇년간 저드 파트너십에 한인 건축가가 5명이나 새로 채용된 것도 홍씨가 회사에서 쌓아놓은 명성과 실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계 3세인 부인과 함께 크리스타(10)와 카리나(7) 두딸과 함께 롤링힐스 에스테이트에 거주하고 있는 홍씨는 LA한인타운이 건축 설계면에서는 너무 황량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저드 파트너십이 지난 85년 디자인해 완공한 호튼 플라자가 당시 슬럼가였던 다운타운 지역을 활성화하면서 샌디에고시 전체의 경제를 이끌어 올린 것처럼 LA한인타운도 주류사회를 끌어들일 수 있는 앵커 건축물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홍씨는 젊은 한인들에게 “꿈을 갖고 인내를 갖고 그 꿈을 추구해야하며 무엇보다도 스스로에게 믿음과 확신을 가져야 한다”며 “이민와 혼자서 고생하시며 1남2녀를 키우신 어머님의 당부처럼 앞으로 한인과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기여할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조환동 기자>john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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