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은총의 마리아’ (Maria Full of Grace) ★★★★(5개 만점)

2004-07-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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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생존욕망… 끝내 ‘인간 노새’로

단순한 마약밀매의 이야기의 차원을 너머 그 이면에 있는 인간 이야기를 극적으로 재미있고 통렬하게 또 감정 충만하게 그린 잘 만든 영화다. 특히 마리아로 나오는 카탈리나 산디노 모레노의 차분하고 성숙된 연기가 돋보인다. 영화를 쓰고 감독으로 데뷔한 조슈아 마스톤의 확신에 찬 연출력이 뛰어난데 폭력 없이도 긴장감이 터질 듯 가득한 드라마다. 스페인어에 영어자막.
콜롬비아의 깡촌에 사는 17세난 마리아의 꿈은 이 동네를 탈출하는 것. 자존심이 강하고 독립적인 마리아는 작은 콘크리트 집에서 할머니와 어머니와 언니와 조카 등과 함께 살면서 낮에는 친구 블랑카와 함께 장미꽃 가시를 제거하는 지루한 일을 한다. 마리아에겐 어쩌다 주말 동네 댄스파티에 나가 춤을 추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인데 철없는 애인은 현실에 안주, 마리아의 절망감만 부채질한다. 게다가 마리아는 애인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
창살 없는 감옥생활이나 마찬가지인 현실에 견디다 못한 마리아는 공장을 그만두고 파티에서 만난 청년 프랭클린의 제의에 따라 마약운반 인간 노새가 되기로 한다. 헤로인이 든 엄지손가락 만한 고무알을 수십개씩 삼켜 뱃속에 넣은 채 미국으로 운반하는 것. 한 번 운반에 5,000달러라는 거액의 유혹에 마리아는 위험천만한 직업을 선택한다.
한편 마리아의 뒤를 쫓아다니는 블랑카도 인간 노새가 되기로 하면서 마리아와 블랑카는 뱃속에 헤로인을 가득 싣고 뉴욕행 비행기에 오른다. 마리아와 블랑카는 일단 뉴욕에 도착하기는 했지만 둘은 이제부터 생면부지의 땅에서 온갖 곤경에 직면하게 된다.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것은 오직 마리아의 용기와 총명과 고귀한 인간성 그리고 생존욕망 뿐이다. R.선셋5(323-848-3500), 모니카(310-394-9741),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사우스코스트 빌리지(800-FANDANGO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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