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4월은 사막의 추수 감사절

2004-04-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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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사막의 추수 감사절

사막 한가운데 잡초 사이에 피어난 파피, 파피는 캘리포니아를 상징하는 꽃이며 비숫한 종류가 많지만 꽃잎이 4개인것이 특징이다. 파피 구경하려면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 사진 찍으려면 바람이 없는 오전 10시 이전이 적합하다.

황량한 모하비 사막 전체가 봄만되면 꽃으로 뒤덮혀

’사막의 꽃’의 비밀

지난 3년 동안 캘리포니아의 사막을 찾아다니며 야생화를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는 동안 몇 가지 의문에 부딪치게 되었다. 왜 사막의 꽃들은 갑자기 꽃을 피우고 갑자기 지는가. 사막에서 꽃을 찍는 데에는 타이밍이 필수다. 어디에 꽃이 피었더라하는 소문을 듣고 현장에 달려가 보면 꽃이 벌써 져버리고 없다. 또 조금 서둘러 일찍 가는 날엔 꽃봉오리만 보고 오기가 일쑤다. 아프리카의 사하라나 몽골리아의 고비사막에는 꽃이 없는데 왜 캘리포니아의 모하비사막에서는 4월만 되면 꽃바다를 이루는가. 뜨거운 태양과 건조할 대로 건조한 모래땅 위에서도 꽃을 피우는 식물들의 생존비결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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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파피가 흉년, 파피리저브 입구에만 만발해 있으며 4월 18일께부터 피크를 이룰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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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타이디 팁스’는 랭캐스터 벌판에 많이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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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호그’ 선인장 건드리면 가시가 날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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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프록스’ 데스 밸리와 안자보레고에서 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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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Fwy 골맨 부근 산을 덮고 있는 보라빛의 애리조나 루핀, 4월 24일께 만개의 절정을 이룰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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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트리들 가운데서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옐로우 프림로즈, 랭캐스터와 5번 Fwy사이에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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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비 사막의 계곡을 뒤덮은 ‘듄 이브닝 프림로즈’(지난해 사진)


내셔널 팍 레인저들에게 물어보고, 사진작가들로부터 귀동냥을 해 토막 지식을 얻고, 사막에 관한 관계 서적들을 읽으면서 나의 의문은 하나둘씩 풀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사막의 꽃들이 지니는 생존비결은 산과 들, 정원에서 자라는 꽃들과는 너무나 달랐다. 이들에게 있어 꽃을 피운다는 것은 엄청난 사치고 에너지 소비며 잘못하면 꽃 피우려다가 생명 자체를 잃는 모험을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따른다.
예를 들어 조슈아 내셔널 팍 초이야 가든(Cholla Garden) 입구에서 볼 수 있는 오코티요(사진) 같은 꽃은 너무 뜨거운 날씨가 계속되면 수분 소모를 막기 위해 자신의 꽃들을 과감히 땅에 떨어뜨린다. 거느려야 할 식구를 갑자기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셈이다. 또 태양이 내려 쬐면 잎을 말아 올려 수분 증발을 막는다. 초이야 가든에 가면 헤지호그라는 선인장들이 피워내는 정열적인 빨간 색깔의 꽃들을 볼 수 있는데 약간 건드리기만 하면 선인장 가시들이 수없이 날아와 옷에 붙은 다음 움직이면서 살 속을 파고든다. 동물로부터의 방어가 아니라 수분 절약을 위한 구조조정이고 한다. 이 곳에 갈 때는 옷에 달라붙는 가시를 쓸어내기 위해 머리 빗을 갖고 가는 것이 좋다.
사막식물의 생존비결은 물 없이 어떻게 견디어 내느냐이다. 선인장의 경우 몸체가 에나멜처럼 두껍고 가시가 곧 잎인 것도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서다. 물 절약을 위해 꽃 피우는 기간도 짧다. 그리고 파피, 모하비 버비나, 데저트 캘리코 등 야생화는 주변의 환경이 꽃을 피울 조건이 안되면 계속 씨로 남아 해를 넘긴다. 파피가 강우량이 많은 해에는 들판을 메우고 비가 적게 온 해에는 흉년 현상을 보이는 것도 조건이 안되면 꽃을 피우지 않으려는 사막식물의 체질 때문이다. 파피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활짝 피며 아침저녁으로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오므라든다. 꽃을 피우면서도 수분을 아끼려는 이들의 노력은 처절할 정도다. 무진장 물을 공급받는 정원의 꽃들을 부잣집 아이들이라면 사막의 꽃들은 부모 없이 자라며 자립한 고학생이라고 할까.
캘리포니아의 모하비가 다른 사막들과는 달리 봄에 꽃을 피우는 이유는 겨울철 강우량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막식물들은 이때 모아둔 물로 봄에 꽃 잔치를 펼치는 것이며 태양열이 약한 4월이 가장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4월은 사막에 있어 추수감사절이고 찬미의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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