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맘모스로의 초대

2004-03-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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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규모와 시설에서 북미 최고의 스키 리조트임을 자부했던 ‘맘모스 레이크’(Mammoth Lake)는 지난 90년대 중반 타운 자체가 ‘파산’ 직전으로 가는 위기를 맞는다. 부동산 가격 하락과 함께 스키 리조트의 가장 중요한 손님(clients)이라 할 수 있는 부유층 고객들이 보다 첨단시설을 갖춘 콜로라도 애스펜이나 레이크 타호 스키장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환경보호를 이유로 추가 개발에 반대하면서 30~40년 전에 신축된 숙박시설과 부대시설을 고집해 오던 이 지역 주민들도 시대에 뒤떨어지는 시설로는 더 이상 다른 리조트와 경쟁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결국 맘모스의 비즈니스 업주들을 지난 98년부터 리조트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대대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장대한 이스턴 시에라의 경관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직접 느낄 수 있는 리조트는 이제 고급스런 상점과 초현대식 숙박시설이 들어서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수많은 투자가들이 이 곳에 자본을 쏟아 부으면서 애스펜, 유타의 팍 시티 등과 견줄 수 있는 고급 리조트로 다시 태어났다. 캘리포니아 스키어들의 ‘메카’라고도 불리는 맘모스를 방문해 달라진 모습을 보고 왔다.

<백두현 기자>

3월과 4월은 남가주에 봄의 따뜻한 기운이 가득 차는 계절. 그러나 스키어들에게는 이때가 맘모스를 찾기 가장 좋은 시즌이다. 한 겨울에 비해 날씨가 온화한 편이며 숙박시설의 예약도 겨울에 비해 수월하기 때문이다. 또한 겨울 내내 쌓인 눈으로 지금이 1년중 가장 설질이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LA에서 지루하기 그지없는 모하비 사막을 지나서 5시간 운전을 하고 맘모스 지역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세상 밖의 하얀 세상’이란 말이 아주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등뼈라 할 수 있는 이스턴 시에라의 설경이 방문객들을 압도하는데 날카로운 산봉우리들을 부드럽게 덥고 있는 흰눈의 향연이 운전으로 피곤해진 눈을 즐겁게 한다.
지난 7~8년간 맘모스는 많이 변했다. 한때 통나무 캐빈 스타일 건물들로 형성되었던 타운은 네오-유러피안(neo-european) 스타일로 바뀌면서 더욱 젊음과 생동감이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별천지에 온 느낌을 주는데 자연 속에서 즐기는 도시의 낭만이 가득하다.
맘모스는 스키장의 요건으로 꼽을 수 있는 슬로프 조건, 설질, 리프트 시설, 스키스쿨 운영 등 각종 서비스 면에서 최상을 자랑한다. 특히 올 겨울엔 이 지역의 폭설로 환상적인 슬로프가 만들어져 있다. 인요 국립산림의 가장 높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이곳은 1만1,000피트가 넘는 산 정상에서 스키장이 시작되는 메인 라지(Main Lodge)까지 약 3,500피트의 표고 차를 자랑하며 세계 여느 스키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4개의 베이스 에어리어를 갖고 수많은 스키어들을 유혹한다.
이름이 붙여진 코스만도 각기 60여개이며 무려 150여개에 달하는 활강 코스가 마련돼 있어 가히 최고의 스키장으로 자랑할 만하다. 스키장 규모도 3,500에이커에 달한다. 최장 길이의 코스는 3마일. 리프트 티켓 한 장으로 모든 스키 베이스의 리프트와 트레일을 이용할 수 있다.
공식적인 시즌은 11월부터 5월까지이지만 맘모스의 눈은 7월까지도 녹지 않아 여름에도 스키가 가능하다. 모두 30개의 리프트가 있는데 주말이면 거의 모든 리프트가 가동한다. 특히 정상까지 오르는 8인승 곤돌라는 스킹을 하지 않는 사람도 한번쯤은 타 볼만하다. 스키장은 물론 멀리 모노(Mono) 호수와 네바다 지역 일대의 장관까지 볼수 있는 곤돌라의 요금은 성인 16달러, 어린이 8달러이다. 물론 스키 리프트 티켓을 구입하면 곤돌라 승선도 포함되어 있다.
코스 난이도의 분포는 초보가 30%, 중급이 40%, 상급이 30% 정도인데 대부분 정상에서 시작되는 상급 코스는 보기만 해도 아찔한 느낌을 주는 어려운 코스들이다. 그런데 이런 난코스를 청소년들은 물론 10세 내외의 어린아이들도 도전하는 모습이 쉽게 목격된다.
각 구역마다 지도를 보고 자기 수준에 맞는 코스를 골라 탈 수 있게 되어 있다. 중급자들은 케이블이나 리프트를 타고 산중턱에 올라가 상급을 피해 중급 슬로프를 골라 내려오면 된다.
A자형으로 타는 초보적 스키 기술에 머물러 있는 초급자들에겐 정상은 물론 산중턱 역시 차라리 고역인 곳이다. 맘모스는 고지대라 호흡마저 가빠 잘못 리프트를 타고 높이 올라가면 스키 장비가 짐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계단만 오르내려도 호흡이 가빠질 정도. 또한 고지에 익숙하지 않은 스키어들은 고산병을 주의해야 한다. 더구나 이러한 고산지대에서는 바람이 무엇보다도 가공할 만한 대상이다. 쾌청한 날씨라도 털옷과 선글라스를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고지대에서 며칠 스키를 탄 후 평지로 내려오면 에너지가 샘솟는 듯한 느낌을 만끽할 수 있어 더욱 각광받는 곳이기도 하다.
맘모스 스키장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오픈 한다. 정기시즌의 스키 리프트 하루 사용료는 성인 62달러, 13~18세가 47달러, 그리고 7~12세가 31달러. 2일, 3일, 1주일 등 패키지로 구입하면 가격이 다소 저렴하다. 4월부터 바겐시즌이 시작되면서 모든 티켓의 가격이 20% 정도 내려간다. 맘모스 스키장에 대한 보다 자세한 문의는 (800)MAMMOTH나 인터넷(www.mammoth-mtn.com)으로 하면 된다.


▲맘모스 스키 스쿨
초급자는 물론 스키에 상당히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도 스키 레슨은 자신의 실력을 향상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맘모스의 경우 특히 초급자들의 스키 스쿨은 가격이 저렴해 많은 사람들이 스쿨에 가입한다. 클래스당 6~8명 정도가 레슨을 받는 초급반의 가격은 리프트 티켓과 장비를 포함해 87달러로 티켓(54달러)과 장비(28달러)를 따로 구입하는 가격과 거의 비슷하다. 3시간 동안 계속되는 레슨은 스키를 전혀 타보지 못한 사람들도 쉽게 스키를 시작할 수 있도록 기본 자세와 슬로프 공략 법을 지도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교육을 실시한다.
스키에 상당히 자신이 있는 사람들도 중급반이나 상급반에 가입하면 파우더 스킹, 가파른 슬로프 공략하기 등 각종 스키 트릭을 배울 수 있다.
어린이 스키 스쿨은 런치를 포함해 5시간 동안 어린이들에게 레슨을 해주는 프로그램(99달러)이 유명하다. 어린이 그룹은 4~6세, 7~14세로 나눠지며 3세의 아이들도 개인레슨(시간당 80달러선)을 받을 수 있다. 어린이 스키 스쿨은 또한 자녀가 레슨을 받는 동안 부모가 스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스키 스쿨에 대한 문의는 (760)934-0685로 하면 된고 인터넷을 통해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맘모스 숙박시설
최근 맘모스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숙박시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총 1,200여개 객실의 최신 스타일 콘도들이 타운 곳곳에 신축됐으며 지금도 신단지가 개발되고 있다.
70여개의 각종 사이즈의 콘도단지가 있는데 객실이 300개가 넘는 대형 리조트형 콘도부터 개인 주택을 개조해 방 2~3개를 빌려주는 곳까지 다양하다. 일부 콘도는 스키장 내에 만들어져 룸에서 스키를 신고 바로 슬로프를 공략할 수 있다
가격과 시설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숙박시설의 선택은 차분히 미리부터 해야 된다. 방문객 센터(888-466-2666·www.visitmammoth.com)에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이 곳에서는 무료로 예약 서비스를 해준다.
올드 맘모스 로드(Old Mommoth Road)에는 스노 크릭(www.snowcreek.com·760-934-4445) 콘도는 맘모스 레이크에 있는 콘도 중 가장 규모 큰 콘도이다.
최근 5년 내에 신축된 콘도들이 많은 이 곳은 실내 구조가 최신식으로 편안하다. 취사시설이 완벽한데 부엌에는 식기는 물론 수저와 믹서까지 마련되어 있다. 대형 인도어 스파가 있으며 남녀 사우나를 갖추고 있다. 타월과 침대보 서비스도 해준다.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맘모스의 전경이 일품이다. 가격은 룸 수에 따라 달라지며 1베드룸의 경우 1박에 190달러, 3베드룸은 340달러선이다. 1,000달러가 넘는 특급 시설도 있다.

▲먹거리
대규모 리조트답게 수준급 레스토랑들이 곳곳에 있다.
이중 맘모스 타임스지가 지난 1997년도부터 매년 ‘베스트 시푸드 레스토랑’으로 선정한 ‘오션 하베스트’(Ocean Harvest·760-934-8539)는 주말이면 예약이 힘들 정도로 손님이 몰린다. 웨이터가 직접 시푸드를 구워서 테이블로 서브를 할 정도 손님의 미각에 맞춰 음식을 만든다. 안락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실내장식과 수백 종류의 와인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음식 가격은 1인당 22달러 수준. 맘모스 빌리지내 Old Mammoth Rd.에 위치하고 있으며 매일 오후 5시에 문을 연다.
아침식사로 유명한 곳은 빌리지 메인 스트릿에 있는 ‘블론디’(Blondie·760-934-4048)이다. 접시가 넘칠 정도 음식이 풍부한데 특히 딸기와 함께 나오는 와플(Waffle)이 먹음직스럽다. 각종 오믈렛의 사이즈가 일반 식당의 2배는 될지 싶다. 만화의 블론디를 주제로 식당을 꾸몄는데 창 밖으로 눈에 쌓인 타운을 보면서 커피를 마실수 있는, 낭만 넘치는 식당이다. 음식 가격은 1인당 8달러선.
가벼운 가족 분위기를 원하면 맘모스 빌리지에 있는 페리스 이탈리안 카페(Perry’s Italian Cafe·760-934-6521) 레스토랑을 찾아볼 만하다. 이 지역 베스트 피자를 서브한다.

▲맘모스 인근 볼거리
LA에서 맘모스로 향하는 길 중간에는 각종 볼거리들이 풍부하다. 사막 도시인 모하비를 지나서 395번 하이웨이로 약 40마일 정도 북상하면 유명한 서부 영화들의 배경이었던 레드록 캐년(Red Rock Canyon) 주립공원을 만난다. 화산암과 퇴적암이 수백만년 동안의 풍화작용으로 붉은 색으로 바뀌면서 장관을 이루는 환상 속의 별천지로 영화 ‘혹성 탈출’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레드록 캐년에서 약간 북쪽에 있는 오팔 캐년(Opal Canyon)에 가면 2달러의 입장료를 내고 희귀한 돌들을 채석할 수 있다. 레드록 캐년에서 약 50마일 정도 북상하며 검정색의 바위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파슬 폴스(Fossil Falls)를 만난다. 상상을 초월하는 모양의 바위들이 사방을 메우고 있는 곳으로 중간에 꼭 한번 들려 볼만하다.
파슬 폴스를 지나서 약 40마일 정도 북상하면 유명한 마운틴 위트니의 초입 도시인 론 파인(Lone Pine)에 도착한다. 이 곳에 있는 앨라배마 힐스(Alabama Hills)는 ‘웨곤 트레일’ 등 유명한 서부 영화의 촬영지로 거대한 바위언덕이 곧 쓰러질 것같이 들어서 있다.
론 파인에서 약 40마일 북쪽에 있는 인디펜던스시에서 시작되는 ‘어니언 밸리’(Onion Valley)는 이스턴 시에라의 산길 중 가장 아름다운 산길로 이름나 있다. 꼬불꼬불 하늘 높이 약 8,000피트까지 도로가 올라가는데 오웬스 밸리의 장관이 펼쳐진다.
이밖에 송어 낚시의 도시 비숍과 비숍에서 남쪽으로 50마일 지점에 있는 지구상 가장 오래된 생물 서식지인 브리스틀콘 파인 포레스트(Bristlecone Pine Forest) 그리고 맘모스에서 북쪽으로 30마일 지역에 있는 모노 레이크도 빼놓을 수 없는 맘모스 인근 관광지이다.

●운전메모
LA에서 5번 프리웨이 북쪽 방향으로 가다가 팜데일로 가는 14번 프리웨이로 갈아탄다. 모하비를 지나서 14번이 395번 하이웨이로 바뀐다. 395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203번 도로를 만나면 좌회전하여 스키장으로 진입한다. LA 한인타운에서 총 325마일 정도이며 5시간30분 정도가 소요된다. 항공편으로는 LA에서 리노(Reno)까지 간 다음 자동차로 2시간 정도 395번 사우스를 타고 가면 스키장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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