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민 정신 지주인 그리스 정교회

2004-03-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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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부활이 신앙의 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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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정교회(Orthodox Church) 건물내부는 굉장히 화려하며 성당 비슷하나 정면 제단 뒷편에 성소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성소와 예배석을 가르는 벽을 이코노스타시스라고 하며 예수제자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아테네 교외 하이웨이를 달리다보면 이상한 것을 목격하게 된다. 도로 가장자리에 자그마한 미니어처 교회 모형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그곳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유가족들이 헌납한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그리스인은 교회와 밀접하다.
그리스 정교회가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결혼식과 장례식은 반드시 교회에서 치러야 되는 것으로 모두가 생각하고 있으며 전국의 묘지는 교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국민의 95퍼센트가 정교회 교인이다.
그리스 정교회는 겉으로 보면 가톨릭과 비슷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전혀 다르다. 우선 로마교황과 아무 관련이 없는 종교단체고, 나라마다 교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세계의 정교회를 총괄하는 기구가 없다. 지역에 따라 그리스 정교회, 러시아 정교회, 루마니아 정교회, 불가리아 정교회. 세르비아 정교회 등으로 불린다. 그리고 교회 내에 성모마리아상보다 예수 제자들의 그림이 벽에 그려져 있으며, 그 중에서도 사도 요한과 정교회의 창립자로 불리는 성 바실리아를 공경하며 해당 지역에서 지정한 지역 성인을 지극히 섬긴다. 그리고 부활절을 성탄절인 크리스마스보다 더 큰 명절로 센다. 그리스와 러시아를 제대로 보려면 부활절이 낀 4월에 여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도 러시아 정교회의 부활 중심 사상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스 정교회는 내부 장식이 눈부시게 화려하며 사제들의 복장도 컬러풀하다. 교회의 지도층은 총대주교, 대주교, 주교, 일반 사제로 나뉘어져 있고 결혼한 신자가 사제가 될 수는 있으나 주교는 될 수 없고, 사제가 된 후의 결혼은 허락되지 않는다. 교회 건물내부는 성소와 일반 예배석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이코노스타시스’로 불리는 벽으로 차단되어 있고 사제만이 이곳을 지나 성소로 들어갈 수 있다. 신도들의 결혼은 세 번까지 가능하나 초혼 때와 재혼 때의 기도문 내용이 좀 다르다. 첫 번째 결혼에서는 기도문이 “우리들을 축복해 주소서”로 이어져 있으나 재혼 때에는 “우리들을 용서해 주소서”로 계속된다.
콘스탄틴 대제가 로마의 수도를 콘스탄티노플로 옮긴이래 로마 교황과 콘스탄티노플 대주교와의 알력이 심해지다가 드디어 1054년 교황 리오 9세가 콘스탄티노플 대주교를 파문한 사건이 가톨릭과 갈라진 계기며 콘스탄티노플측이 이에 굴하지 않고 독립한 것이 정교회(Orthodox Church)의 탄생이다. 그 후 이슬람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자 정교회도 400년 동안이나 회교 통치권 밑에 놓이게 되었다. 그리스 정교회의 이슬람으로부터의 독립운동은 피눈물나는 투쟁이었으며 그리스 문화를 이슬람 문화로부터 보호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지난 수백년 동안 그리스를 정신적으로 지배해온 주체는 정교회 지도자들이었으며 그리스에서 종교의 입김이 센 것도 종교인들이 피 흘리며 압제자와 싸운 업적이 있기 때문이다. 대신 러시아 정교회는 이슬람의 지배에서 벗어났으나 공산주의 치하에서 심한 탄압을 받아 최근까지 동면기에 놓여 있었다. 근세사에서 정교회의 팽창이 위축된 이유가 이 때문이다. 교회가 국민적 지지를 받으려면 교계 지도자들도 목숨을 걸고 투쟁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스가 잘 보여주고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가 러시아 정교회의 침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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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교회는 예수의 제자들중 사도요한을 가장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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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근교 고린도에 있는 사도바울 교회. 이 교회는 그리스에서 제일 먼저 세워진 정교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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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시간 전에 기도서를 낭송하고 있는 여신도. 시편과 요한복음을 가장 많이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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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리스의 마테오라 수도원. 영화나 광고에 많이 등장하며 절벽 바위위에 세워져 있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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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나라에서 모인 정교회 지도자들. 그리스 정교회는 총대주교, 대주교, 주교, 사제로 나뉘어져 있으며 교황은 없다.(정교회 홍보실 제공)


이철 주필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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