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Cold Mountain ***1/2

2003-12-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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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배경으로 한 서사적 러브스토리로 일종의 반전 영화다. 방대한 규모와 영적인 것 마저 갖춘 내용 그리고 연기파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및 장관인 촬영(루마니아서 찍었다)과 좋은 음악 등 A급 영화로서의 모든 구성요건을 완비한 작품이다.

감독은 ‘영국인 환자’로 오스카상을 받은 앤소니 밍겔라. 원작은 전미 서적상 수상작인 찰스 프레이저의 동명 소설. 내용과 외형 면에서 이만한 영화도 많지는 않지만 내용이 에피소드식이어서 이야기의 연결성과 극적 강렬함이 모자란다.

HSPACE=5

또 러브스토리로서는 감정의 물살도 세지 못한데 영화 제목과 마지막 얘기가 전개되는 계절인 겨울처럼 전체적으로 냉기가 감돌아 격렬한 감동은 주지 못한다. 감독의 야심이 만개치는 못했지만 볼만한 영화로 ‘영국인 환자’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1864년 남북전쟁이 끝나갈 무렵. 버지니아 피터스버그 전투에 투입된 노스캐롤라이나 시골마을 콜드 마운튼이 고향인 남군 인만(주드 로)의 회상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살육에 환멸을 느낀 인만은 고향에 두고 온 연인 에이다(니콜 키드만)가 쓴 모든 걸 버리고 돌아오라는 편지를 읽고 탈영병이 되어 길고 험난한 귀향 길에 오른다.

인만의 육체적 정신적 오디세이와 목사의 딸로 도시에서 곱게 자란 에이다의 고생살이가 교차 묘사된다. 폐병을 앓던 아버지가 사망한 뒤 혼자서 힘든 농촌생활을 하는 에이다는 농촌을 떠돌던 생활력 강한 루비(르네 젤웨이거)를 집으로 맞아들인 뒤 그녀로부터 흙의 삶을 배우며 서서히 강인한 여자로 변신한다.

채 사랑을 나누기도 전에 헤어진 인만과 에이다는 영적 반려자. 인만은 여러 차례 죽음의 고비와 숱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에이다를 향해 돌아가야 한다는 일편단심으로 끈질기게 무거운 발길을 옮겨놓는다. 이런 인만을 온갖 어려움과 함께 유혹을 견디며 춘향이처럼 기다리는 에이다. 인만의 귀거래사로 전쟁을 겪는 사람들의 고통과 고독, 동물적 본능과 잔인성 및 타인에 대한 친절과 상냥함 등이 에피소드식으로 묘사된다.

로와 젤웨이거의 연기가 훌륭한데 특히 젤웨이거의 야단스러울 만큼 활달한 연기가 일품. 그러나 키드만은 고생하는 여자답지 않게 말끔해 눈에 거슬릴 지경이다.

R. Miramax.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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