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천년 고대역사 -이탈리아

2003-12-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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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에 걸쳐 여러 번 파괴되고 파묻히면서도 로마는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영원의 도시… 위대한 지적, 정치적, 예술적 수도… 비록 전설의 베일이 그 폐허를 덮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로마는 살아 남았다 베스트셀러 ‘고대 로마를 찾아서’의 저작자 클라우드 모아티(Claude Moatti)는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를 이렇게 요약했다.

선과 색과 역사가 있는 나라. 라퐁텐이 찬양을 아끼지 않았던 온 세계의 중심, 로마. 그리고 신이 지배하는 땅들, 밀라노, 베네치아, 피렌체, 폼페이… 온 유럽의 문화가 뒤섞여 독특한 문화를 이룬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지리학적 특징 그대로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멀리 동양과도 연결되는 지중해의 다리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그 문화조차 서유럽의 성격을 가짐과 동시에 지중해의 여러 지역과도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유럽을 보기 전에 파리를 구경 말고 파리를 보기 전에 로마를 구경 말라는 말이 있다. 로마 풍미 뒤에 만나는 유럽은 너무나 초라하다는 표현이다. 이탈리아는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한다 해도 좀처럼 그런 표현들이 역겹게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문명이 이곳으로 흘러 들어가 재빨리 세련된 이탈리아식으로 변형되어 특유의 화려함을 뽐낸다. 그래서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여행객들은 물론 인근 유럽인들도 이 곳으로 걸음을 재촉하고 수천년이 넘는 낡은 건물 앞에서 열광한다.


창사 1주년을 맞아 ‘이탈리아 전국 순례 100명 무료 관광’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는 패밀리 클럽여행사와 함께 문화와 사랑의 나라 이탈리아로 할러데이 여행을 다녀왔다.

<백두현 기자>

LA에서 애틀랜타를 경유해 밀라노에 이르는 15시간 장정 끝에 이탈리아가 우리에게 준 첫 선물은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알프스 설경이다. 빙하가 할퀴고 간 면도날처럼 뾰족한 고봉들 사이로 바닥까지 훤히 보일 것 같은 알파인 호수가 그림처럼 이어지고 멀리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나왔던 초원들이 만년설 봉우리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밀라노 국제 공항에 내려 첫 번째 만난 도시가 환상의 해상도시 베네치아. 세상엔 불가사의한 것들이 널려있지만 이탈리아 베네치아 역시 커다란 불가사의 중 하나다. 아드리아해 바다 밑의 연약한 점토층 갯벌에 수백만개의 떡갈나무 말뚝과 돌을 박아 기반을 다진 뒤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덤빈 것 자체가 기상천외한 일이다. 118개의 섬과 177개의 운하, 400개의 다리로 연결된 베네치아는 곤돌라와 리알토 다리, 산 마르코 성당, 미로 같은 운하 등 하나하나 정성 들여 세공을 한 한편의 예술작품 같은 도시다.

비행기의 연착으로 비록 저녁나절 도착했지만 노을과 함께 드러나는 베네치아는 마치 바다물 위로 떠오르는 미의 여신 비너스처럼 아름다웠다. 노을에 물든 바다 위에 잠들어 가는 베네치아를 보노라면 온갖 세파를 이기고 성숙해진 한 인간의 모습을 연상케 된다.

볼거리는 산 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에 있는 대성당(Basilica di San Marco)과 두칼레(Palazzo Ducale)궁, 살루타 성당, 무라노(Murano)섬, 리도섬 등이 있다. 특히 무라노섬에 있는 유리잔 공장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장인들이 불에 녹은 유리를 긴 빨대로 불어대면서 유리잔을 만드는데 한인 관광객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이탈리안 종업원이 한국말을 섞어 제품 설명을 한다.

마치 우아한 야외 살롱과 같은 인상을 주는 산 마르코 광장은 베네치아의 심장부이다. 길이 175미터 폭 82미터의 광장 주변은 유명한 카페와 상점들로 이루어져있다. 특히 카페 전문점 플로리안(Florian)은 1720년부터 영업을 한 곳으로 바이런, 괴테, 바그너 등이 고객이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악단이 연주하는 바로코 음악(Musica Barocca)과 함께 커피 한잔을 마시며 두칼레궁과 산 마르코 성당을 감상하는 것도 일품이다.

베네치아의 명물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곤돌라(Gondola)이다. 악사의 이탈리아 민요와 함께 베네치아 골목을 곤돌라로 도는 정취는 영화의 한 장면을 생각나게 한다. 곤돌라를 보면 모두 검은 색으로 도색되어 있다. 6세기에 유럽 전역을 휩쓴 페스트로 온 베네치아는 고통 속에 나날이 늘어가는 시체들을 치워야 했는데 이때 곤돌라를 검은 색으로 칠해 조의를 표한 전통이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다.


여행 2일째, 토스카나의 중심 도시인 피렌체로 자리를 옮겼다. 아레쪼, 시에나 등의 도시를 지나 이동하는 동안 성미 급한 이탈리안들의 운전문화를 볼 수 있었다.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자전거가 마구 뒤엉켜 달리는 거리, 신호를 아예 무시하는 운전자의 운전 매너, 차선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도로구조, 큰 소리로 승객과 말다툼하는 택시 운전사… 운전문화에서도 나타나듯이 정열적이면서도 단순 순박한 이탈리안들의 모습이 한인들과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르네상스의 발상지로 꽃의 도시이자 유명한 예술가들의 고향, 예술의 도시라고 불리는 피렌체는 문화예술품을 지켜가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로 거리 곳곳에 르네상스의 보물을 간직한 미술관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볼거리는 도시 중앙의 두오모(Santa Maria del Fiore) 성당. 높이 106미터의 거대한 성당의 주황색 돔은 미케란젤로가 성 베드로 성당의 돔을 만들 때 참고했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 규모와 아름다움을 짐작할 수 있다. 흰색 일색으로 지어진 고대 성당 건축과는 다르게 주황색과 녹색의 대리석을 배열해 건축한 이 성당은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변색되어 고딕 양식의 예리함보다 오히려 유연하면서도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외부가 너무나 아름다워 정작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실망하게 된다.
미켈란젤로와 기베르티의 작품인 ‘천국의 문’ ‘최후의 심판’ 모자이크가 있는 성당 정면 8각형 세례당 천장과 흰색, 초록, 분홍색 토스카나 대리석으로 덮인 높이 85미터의 종루 등이 압권이다.

미켈란젤로 광장(Piazzale Michelangelo)에 오르면 피렌체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피렌체 시민의 휴식처인 공원의 역할도 하는 이 광장에는 천국, 연옥, 지옥을 그린 신곡의 작가로 유명한 단테의 생가(Casa di Dante)가 있다.

3시간 정도 피렌체를 숨쉴 틈 없이 돌아본 뒤 관광버스는 다음 행선지인 나폴리로 향한다. 세계 3대 미항의 하나로 나폴리를 보고 죽자라는 속담으로도 많이 알려진 남부 이탈리아의 중심 도시지만 이 곳은 이탈리아 관광에서 가장 실망을 많이 주는 곳이기도 하다.

낡고 지저분한 건물들. 이런 곳에 사람이 살고 있을까 싶을 정도로 슬럼화가 된 도시 한 구석에서 빨래를 널고, 아우성을 치며 흥정을 하는 상인들 사이로 아이들을 재촉해 시장을 빠져나가는 아주머니들. 햇볕 잘 드는 담벼락 아래 더러운 옷을 걸친 채 행인들의 자선을 기대하는 힘없는 노인들. 그리고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목표로 온 거리를 배회하는 허름한 차림의 집시들. 그런 모습이 지금의 나폴리다.

그래서 그런지 나폴리에서는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인근의 폼페이로 버스는 급하게 움직인다. 서기 79년에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에 의해 역사에 지워졌던 폼페이는 기원전 8세기께 고대 이탈리아인에 의해서 도시가 형성되었다 농업도시 국가로 출발하였으나 바다와 접해 있는 지형적 이점에 의하여 급속도로 상업이 발달하였었다.

하지만 이같은 부귀영화도 한번의 화산 폭발도 모두 지워졌다가 19세기에 다시 발견되어 현재는 당시의 높은 문화수준과 우아하고 합리적인 생활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었다. 그 유명한 소렌토의 절벽을 마지막으로 나폴리 여행을 마감했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로마 관광은 마지막날 실시됐다. 도시 전체가 커다란 유적인 로마는 광장만 둘러봐도 벅차다. 일단 추억의 명화 ‘로마의 휴일’을 떠올린다. 그리고 스페인 광장으로 향한다. 영화에서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으로 알려진 스페인 계단은 겨울철 비수기인 지금도 수많은 인파로 분주하다. 아이스크림 대신 한국에서 맛보던 군밤 장수들이 5유로를 받으면서 군밤 한줌을 주는데 맛이 일품이다. 스페인 광장 앞길은 명품족들의 아지트이기도 하다.

동전을 던지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트레비 분수를 거쳐 로마의 심장에 자리잡은 베네치아 광장에 도달한다. 무솔리니가 연설했던 유명한 건물의 바코니가 보인다. 베네치아 광장 바로 뒤로 브루터스가 시저의 죽음을 알린 캄피돌리오 광장에 오른다. 이곳은 야경과 대리석의 조화가 일품이다. 광장 뒤편에서는 로마의 옛 유적지인 포로 로마노를 한눈에 즐길 수 있다.

포로 로마노 맞은편에 콜로세움이 그 당당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콜로세움은 오후 3시면 문을 닫는다. 단체여행에서는 콜로세움 내부 관광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

이탈리아 투어의 대미는 성베드로 광장에서 장식한다. 284개의 기둥이 늘어선 이곳 광장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손꼽힌다. 광장 앞 성베드로 성당과 바티칸 박물관은 로마의 최고 보물상자.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과 천지창조를 감상하는 것으로도 온몸이 짜릿해진다. 바티칸을 지키는 군인들은 스위스 용병으로 피에로 같은 유니폼은 미켈란젤로가 직접 디자인했다.

5박6일 관광으로 이탈리아를 전부 묘미하기란 불가능하다. 단지 천년의 세월을 건너뛰는 고대와 현대의 기묘한 공존을 조금이나마 눈으로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탈리아인들이 지니고 있는 나라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과 끊임없는 사랑이 오늘 날 세계 최고의 문화 유산을 지닐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단체 관광… 이것은 알고 떠납시다.

▲짧은 시간에 수많은 관광지를 답습하는 것이 한인단체 관광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왕 비싼 경비를 지불하고 관광하는 만큼 일단 관광이 시작되면 가이드의 리드를 절대적으로 준수해야 즐겁고 경제적인 관광이 될 수 있다. 특히 시간 약속은 필수다. 로마나 피렌체에서 시간을 지키기 않고 일행이 떠나버려 길을 잃어버리면 국제 미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단체 관광에는 자유시간이 거의 없다. 그래서 피곤은 하지만 로마의 경우 야밤에 관광을 나서는 방법이 있다. 즉 대부분의 호텔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해 단체 관광이 끝난 밤 9시 이후 자유롭게 그룹을 형성에 거리 관광에 나선다. 로마는 새벽 2시에도 주요 관광지에는 인파가 끊기지 않는다. 지도를 들고 열심히 걸어다니면서 즐겁게 관광을 하고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오면 된다. 택시는 로마의 경우 (06-3570), (06-4994)로 부를 수 있으며 커피샵(bar)에 호출을 부탁할 수도 있다. 시내 광장 등에 대기중인 빈 택시도 이용이 가능하다. 로마 시내 주행요금(기본 요금 약 4유로)은 8~15유로 정도이다.
▲미국에서는 호텔에서 절대 전화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지만 이탈리아는 그 반대다. 호텔에서 직접 미국으로 전화를 해도 생각보다 요금이 비싸게 나오지 않는다. 보통 분당 0.50유로 정도면 미국으로 국제전화를 걸 수 있다. 전화는 001-지역번호-번호를 돌리면 미국으로 연결된다.
▲수돗물은 마셔도 해가 되지 않으나 석회분이 있어 생수를 구입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판 생수 중 가장 애용되는 상표는 Levissima, Panna, Fiuggi 등이다.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 여권 등 중요한 서류는 호텔 금고 등에 보관하고 최소한의 현금만을 준비하고 관광에 나선다.
▲단체 관광에서는 샤핑 외에 따로 현금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유로는 공항이나 호텔 로비에서 바꿔서 사용할 수 있지만 크레딧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수수료를 가장 저렴하게 지불하고 환불을 하는 방법이다. 유명 샤핑 체인은 물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미국 크레딧 카드를 받는다.
▲이탈리아 관광에서 가장 불편한 것이 바로 화장실 사용이다. 일단 휴게소에 버스가 정차하면 화장실부터 해결한다. 대부분의 화장실이 유료로 운영되는데 일부 화장실은 한번 사용료를 1달러까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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