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The Last Samurai ****1/2

2003-12-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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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스타 탐 크루즈가 일본 사무라이 전투복을 입고 긴 칼을 휘두르면서 적을 마구 베는 동서양 짬뽕 대규모 서사 액션 모험드라마다. 감독이 애쓴 만큼의 깊이는 모자라나 액션과 로맨스 그리고 사나이들의 우정 등 오락 영화의 요소를 고루 갖춘 우렁찬 영화로 재미 만점.

특히 영화의 대규모 전투장면을 비롯해 숨돌릴 새 없이 자주 표현되는 액션장면은 가공할 만큼 박진하고 압도적이다. 영화의 각본도 공동으로 쓴 감독 에드워드 즈윅은 오락성과 진지성을 함께 표현하려고 애쓰는 사람으로 덴젤 워싱턴이 오스카 조연상을 받은 남북전쟁을 다룬 ‘영광’에서도 대규모 전투장면을 힘차게 묘사했었다.

HSPACE=5

사무라이들과 신식 군대간의 벌판에서 벌어지는 전투장면은 쿠로사와의 ‘난’을 연상케도 하나 그보다는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출작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방불케 한다. 대규모 전투장면 외에도 크루즈가 칼을 휘두르며 암살객들과 싸우는 장면 등 소규모의 멋진 액션 장면들이 많다. 검술 안무가 박력 있고 눈이 돌아갈 만큼 속도감을 갖추었으며 또 긴장감과 스릴에 숨을 죽이고 전율하게 된다.


옛 것과 새 것의 충돌과 함께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는 한 남자의 속죄와 영적 재생의 이야기다. 그리고 의리와 신의, 사랑과 명예의 이야기로 동서양적인 것과 액션과 영적이요 시적인 것을 비교적 잘 조화시켰다. 의상과 세트를 비롯해 수천명이 동원된 엑스트라(전투장면 촬영은 뉴질랜드서 했다) 또 음악(한스 지머)과 촬영(존 톨) 등도 모두 훌륭하다.

남북전쟁 후 인디언 학살에 참가했던 북군 대위 네이산 알그렌(탐 크루즈)은 자신의 과거가 치욕스러워 알콜중독자로 지낸다. 그런 그에게 일본에서 일본군 현대화 교관직 제의가 들어온다. 1876년. 젊은 메이지 천황은 봉건시대를 끝내고 나라와 군대의 현대화를 도모하는데 일본 시장을 노린 미국 등 열강이 서로 일본에 입김을 불어넣는다.

이같은 황제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자기를 따르는 부하들과 함께 산 속에 기거하며 철도개설 등 국가사업을 사보타지하는 사람이 과거 황제의 스승이었던 사무라이 카추모토(켄 와타나베).

네이산은 명령에 따라 채 준비가 안된 오합지졸을 이끌고 카추모토 징벌에 나섰다가 중상을 입고 대패, 체포돼 카추모토의 본거지로 압송된다. 카추모토는 죽음을 무시하고 끝까지 대항하는 네이산에게서 투사로서의 공동의식을 느껴 그를 살려준 것.

네이산을 정성껏 치료해 주는 사람은 네이산이 전투서 살해한 적장의 아름다운 아내이자 두 남아의 어머니로 카추모토의 동생인 타카(코유키). 네이산은 산 속 마을서 일본사람들과 공생하면서 점점 이들의 정신적 풍토에 빨려들게 된다. 그리고 네이산은 일본 복장을 하고 검술을 배우며 사무라이로 변신한다.

완전히 양키 사무라이가 된 네이산은 고향으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지는데도 이를 포기하고 카추모토의 사무라이가 되어 황제의 신식 군대와의 최후 결전에 몸을 던진다. 칼과 창과 활과 표창대 총과 대포와 기관총간의 폭력적이 유혈 낭자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전투장면에서 카추모토의 사무라이들은 모두 처참한 죽음을 당한다.

그런데 딱 하나 살아 남는 것이 네이산. 마땅히 죽어야 될 네이산은 생명을 부지, 타카를 찾아가는데 이런 처리는 지극히 졸렬한 것으로 영화의 품격을 깎아 내리고 있다. 그것이 할리웃 영화이긴 하지만. 액션영화 치곤 연기들도 좋은데 와타나베가 화면을 가득 채우는 카리스마를 뿜어내면서 크루즈를 완전 압도하고 있다.

R. WB.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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