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영화의 교훈

2003-11-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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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엣 로빈스(LA 영화비평가협회원)

최근 폐막된 2003년도 AFI 영화제에 출품된 한국영화 ‘해안선’은 김기덕 감독의 훌륭한 업적이다. 이 영화는 남북이 갈라진 한국의 해안선을 지키는 군인들이 견뎌야 하는 긴장과 압력 그리고 그로 인해 종종 일어나는 비극적 사건을 그리고 있다.

내용은 애국심이 투철한 강 상병이 출입금지 구역에 정사를 나누기 위해 애인을 데리고 들어온 청년을 사살하면서 일어나는 엄청난 후유증을 다루고 있다. 여자는 미쳐버리고 강 상병은 포상휴가를 가나 죄책감에 시달리다 역시 미쳐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분단 국가의 현실에 직접 관계된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긴장감 있게 다룬 사회 정치적 우화다. 거기에는 오직 패자만 있을 뿐인데 이 영화는 우리 시대의 현실과 군사적 행동에서 돌출하는 비극적 결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


김현정 감독의 ‘이중간첩’은 북한에서 남파된 이중간첩을 통해 냉전의 또 다른 면을 표현했다. 냉전의 피해자들은 전선에서 직접 전투를 치른 피해자들과 다를 바가 없다.

긴장된 정치적 상황 아래서 벌어진 사건들을 그린 이들 영화를 본 나는 이라크에 파견된 미군들이 매일 같이 적과 대결하면서 겪어야 하는 개인적 투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성과 진실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랄 뿐으로 한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보다 평화적인 수단이 모색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조국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 겪는 희생은 오늘 날 전 세계를 감싸고 있는 죽음과 파괴의 진흙탕 속에서 우리를 끄집어낼 수 있는 평화적 해결책을 찾는 희망의 징표로 여겨져야 할 일이다. 한국의 영화인들이 이런 정치적이요 치명적인 행동이 조국과 가족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중요한 교훈을 보여준 것은 좋은 일이다. 2004년에는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위기에 종말을 가져 올 수 있는 해결책을 찾게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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