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정서에 맞는 중가주 산행

2003-11-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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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생활에 쫓기다 보면 문득 자기만의 사색을 하고 싶다고 느낄 때가 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산중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와 물소리만을 들으면서 마치 잠을 자듯이 깊은 명상에 빠지며 세상사의 고뇌와 피로를 풀고 싶어질 때가 있다. 가을은 바로 그런 욕구가 고개를 드는 계절이다. 이럴 때 혼자서 혹은 가족과 함께 찾아 몸보다는 마음이 쉴 수 있는, 마치 심산유곡의 조용한 암자 분위기를 풍기는 곳을 찾고 싶지만 사실 이곳 남가주에서는 이런 지역이 많지 않다.

더욱이 올 가을은 사상 최대의 산불로 인해 앤젤레스 국유림을 포함해 일부 남가주 지역 산악지대의 입산이 금지되고 있다. 가을철 산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하지만 남가주에서 1~3시간 거리인 컨카운티와 벤추라카운티의 산악지대는 이번 산불에 영향을 받지 않아 가을의 풍경을 한껏 즐길 수 있다.
추수감사절을 연휴를 맞아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이 가능한 중가주 산악지대인 컨 리버 밸리와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으로 가을 여행을 떠나보자. 또한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에 있는 유명한 명상 센터인 오하이 파운데이션도 소개한다.<백두현 기자>

◆컨 리버 밸리(Kern River Valley)


컨 리버 밸리는 레크리에이션의 중심지로 특히 낙엽 지는 가을에 가보기 좋은 곳이다.
LA에서 북동쪽으로 불과 3시간 정도 떨어진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남단의 산 동네인 이 곳은 산악의 깊은 계곡을 따라 흐르는 컨 강과 맑디맑은 산정호수 이사벨라 레이크, 수천년 된 원시림과 시원스레 솟아난 화강암 바위들이 장관을 빚어내는 세코이아 국립공원이 있다.
계곡 큰 바윗돌 사이로 시원하게 물이 흘러내린다. 마치 한국의 우이동을 연상시킨다. 남가주에서 유일하게 래프팅(rafting)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초보자들이 즐길 수 있는 물살이 약한 곳에서부터 모험을 찾아다니는 숙련자들이 즐길 수 있는 급류지대까지 여러 코스가 있다.

이사벨라 레이크는 한인 조사들에게도 잘 알려진 낚시터로 잉어, 메기, 농어, 송어, 블루길 등 계절에 따라 씨알이 굵고 다양한 어종들이 심심찮게 잡힌다. 특히 호수의 남쪽에서는 어른 팔뚝보다 더 큰 잉어들이 잡히기도 한다. 호수 북쪽으로 송어 부화장도 있어 어린이들과 방문하면 수천마리의 송어들이 밥을 주는 줄 알고 달려드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호수에서 북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컨빌(Kernville)이라는 마을이 나오고 이 마을 어귀로 흐르는 강가에는 ‘리버사이드 팍’이 있는데 많은 방문객들이 이 곳에서 피크닉을 즐기기도 한다. 이 공원 옆으로 흐르는 강줄기는 흐름이 비교적 완만해 자연산 송어 낚시와 튜브를 타고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컨빌에서 99번 마운틴 하이웨이를 타고 북쪽의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면 록 크라이머들이 커다란 암봉을 오르는 모습이 멀리 보이며 세코이아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난 울창한 수림에는 캠핑이나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간간이 오간다. 이사벨라 레이크 남단이 로워 컨(Lower Kern)으로 불려지면서 강의 물살도 비교적 잔잔한 반면 호수 북단은 어퍼 컨(Upper Kern)으로 물살도 심하고 산세도 험악하다. 프리맨 크릭 폭포(Freeman Creek Fall), 빅 빈(Big Bean), 웨스트 웰(West Wall) 등이 주요 볼거리이다.

컨 밸리에서는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갖가지 레포츠를 거의 다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앞서 소개한 것들 외에도 제트 스키, 보트, 요트, 윈드서핑, 수상스키 등 수상 레포츠를 비롯해 골프, 행글라이딩, 경비행기, 사냥, 스키, 스노모빌 등을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골고루 즐길 수 있다. 인근의 옛날 광산촌이었던 유령마을 ‘실버시티’도 충분히 구경거리가 될 만하다.

가는 길은 LA에서 5번 프리웨이 노스를 타고 테혼 패스를 넘어서 나오는 99번 프리웨이 노스로 갈아탄다. 99번을 타고 베이커스필드로 진입해 178번 이스트로 갈아탄다. 178번이 산길로 변하면서 한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미러클 온천을 지나서 산 위로 약 4마일 정도 가면 이사벨라 호수를 만난다. 이사벨라 호수에서 컨빌과 세코이아 산림지역으로 가려면 155번 하이웨이 노스를 타면 된다. 문의: 컨빌 상공회의소 (760)376-2629, 이사벨라 레이크 상공회의소 (760)379-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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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 파드레스 국유림(Los Padres National Forest)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은 벤추라카운티 산악지대뿐만 아니라 샌타바바라, 샌루이스 오비스포 카운티 그리고 멀리 북가주의 몬트레이카운티까지 포함되는 방대한 지역을 커버한다.
일단 LA에서 가까운 지역을 살펴보면 오하이 밸리 북쪽으로 이어지는 휠러 스프링스(Wheeler Springs) 지역이 가을 산행으로 매우 유명하다. 오하이 밸리에서 33번 하이웨이 노스를 타고 진입하고는 이곳은 1년 내내 카약으로 잘 알려진 세스페 크릭(Sespe Creek)에서 멋진 추경을 만날 수 있다.


계속 33번 노스를 타고 북상하면 레이스 픽(Reyes Peak), 오테가 힐(Otega Hill), 체리 크릭(Cherry Creek), 파인 마운틴(Pine Mountain) 등 완만한 높이의 산봉우리들을 만나게 되고 오제나(Ozena) 레인저 스테이션에서 나오는 락우드 밸리 로드(Lockwood Valley Rd.)로 진입해 가을 경치를 보면서 23마일 정도 운전을 하면 남가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타운 중 하나인 프레이저 팍(Frazier Park)에 도착하게 된다.
중간중간 아무 곳이 차를 세우고 하이킹에 돌입할 수 있으며 수많은 카운티, 주립공원이 있기 때문에 캠핑이나 피크닉도 즐길 수 있다. 세스페 크릭 지역은 캘리포니아 콘도르(Condor) 등 쉽게 보기 힘든 야생동물들의 보호 지역이기도 하다.

락우드 밸리 로드를 타지 않고 계속 33번 노스를 북상하면 컨, 샌루이스 오비스포, 샌타바바라, 벤추라카운티가 모두 만나는 4코너에 도착하고 이 곳에서 나오는 166번 하이웨이 웨스트를 타고 중가주 해변 도시 피스모비치로 달리면 남가주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쿠야마(Cuyama) 밸리의 목가적인 풍경이 듬뿍 포함된 가을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샌루이스 오비스포 카운티와 샌타바바라 카운티 경계를 따라서 지나가는 166번 하이웨이는 남가주 앤젤레스 포레스트를 가로지르는 2번 하이웨이에 버금가는 경치를 제공한다. LA에서 워낙 떨어져 있는 도로이기 때문에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피스모비치, 샌루이스 오비스포 등의 지역을 여행할 때는 꼭 한번 이용할 것을 권해주고 싶은 산길이다. 특히 가을철인 지금 오전에 이 길로 드라이브하면 인근 바닷가에서 몰려오는 안개가 산자락에 걸리면서 차분하면서도 오묘한 경치를 만들어낸다. 중간에 있는 후아스나(Huasna) 강이나 트윗첼(Twitchell) 저수지 그리고 알라모 크릭(Alamo Creek) 등지에서 차를 세우고 한가한 시간을 보낸다.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으로 가는 길인 33번 하이웨이는 LA에서 101번 프리웨이 노스를 타고 가다가 벤추라시를 지나서 나온다. 이 곳에서 18마일 정도 내륙으로 들어가면 오하이시가 나오고 오하이부터 아름다운 산악지역이 눈에 들어온다.

▲오하이 파운데이션

추마시 인디언들이 신의 땅이라고 명할 정도로 영롱한 자연미가 넘치는 오하이 밸리 언덕에 세워진 오하이 파운데이션 명상센터는 대지의 정기로 인간의 정신건강을 보살핀다는 목표 아래 100여명의 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개인이나 단체를 위한 프로그램이 정신과 학자와 인류학자들에 의해 직접 실시되는데 숙박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며칠씩 이곳에 머물면서 심신을 안정시킬 수 있다.

450에이커에 달하는 대지에 세워진 명상센터는 수백종의 꽃나무들로 정원이 가꾸어져 있으며 떡갈나무 사이에 있는 산책로는 마음을 식히기 위해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더 할 수 없는 안식처를 제공한다. 오하이 밸리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로스 파드레스 산맥을 등지고 있는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데 노을이 지는 저녁은 더없이 아름다워 하루 나들이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방문객이 도자기를 직접 구우면서 명상을 즐기는 프로그램이 있으며 불교 암자와 기독교 예배당도 만들어져 있다. 명상 센터의 이용료는 프로그램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참가비는 하루 120달러 정도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숙식이 제공된다. 침대를 갖춘 텐트방의 숙박료는 25∼45달러이다. 캠핑 사이트 사용료는 20달러.

△가는 길

LA에서 5번 노스를 타고 매직 마운틴을 지나 126번 웨스트로 바꿔 타고 150번 노스를 만나 산길로 들어선다. 언덕을 넘어 오하이 밸리에 도착 Ojai Valley School Rd.를 만나 우회전하면 명상센터에 도착한다. 주소 및 문의: 9739 Ojai-Santa Paula Rd. (805)646-8343, www.ojaifoundati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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