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Dirty Pretty Things ★★★★½

2003-07-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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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도처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불체자들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사실적이요 도전적이며 또 힘차게 그린 드라마이자 스릴러이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대가적 솜씨로 다루는 영국의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사기꾼들’ ‘위험한 관계’)은 불체자들의 냉혹한 현실을 일절 타협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가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은 이같은 주제를 염려하고 연민하는 마음으로 그렸기 때문. 매우 인간적인데 모두 비영국인들인 배우들도 작중 인물들의 상황을 자기 것처럼 절실하니 잘 표현하고 있다. 우리로 하여금 주위를 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고 재미있는 수작이다.

런던의 불체자들이 사는 후진 동네. 터키, 나이지리아, 중국 및 스페인서 넘어온 불체자들은 사회주변의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언제 있을지 모를 이민 당국의 기습에 떨고 있다. 주인공은 어두운 과거를 지닌 나이지리안 오크웨(치웨텔 에지오포). 그는 고향서 의사였으나 지금은 낮에는 택시기사로 밤에는 호텔 포터로 일하느라 늘 잠이 모자란다. 오크웨는 작은 싸구려 아파트에서 역시 불체자로 호텔 하녀인 젊은 터키인 세네이(오드리 타투)와 함께 살지만 둘의 관계는 완전히 룸메이트의 그것이다.


오크웨는 친절하고 이해심 많은 착한 남자여서 항상 커다란 눈에 순진하기 짝이 없는 세네이를 돌보고 염려한다. 그런데 어느 날 오크웨가 우연히 자기가 일하는 호텔이 돈과 여권이 필요한 사람들의 장기 판매소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와 세네이는 지하세계의 어둡고 충격적인 거래에 휩쓸려 든다. 그리고 오크웨는 자기와 불쌍한 불체자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친구들과 세네이의 도움을 받아 호텔의 사악한 인간장기 암거래꾼들과 맞선다.

고통과 공포 속에 사는 불체자들이 나은 삶을 누리려고 애쓰는 모습이 가슴 아프도록 절실한데 특히 에지오포가 피곤에 지쳐서도 자신의 존엄성을 지켜나가는 연기를 위엄 있게 해낸다. 또 살벌한 주위환경 속에서도 늘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는 타투(아멜리)의 연기도 좋다.

R. Miramax. 로열(310-477-5581), 그로브(323-69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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