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 ★★★★★(5개 만점)

2003-05-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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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모양과 다채로운 색깔의 물고기들과 함께 하는 해저여행이 경탄스럽게 환상적이고 신난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물고기들의 총천연색 무도회요 요지경을 구경하는 듯한 컴퓨터 만화영화다.

‘토이 스토리’와 ‘괴물 주식회사’ 등을 만든 픽사 만화영화사가 만들고 디즈니가 배급하는데 모험과 액션이 급류를 이루면서 아울러 위트와 유머와 감정이 풍부한데 거기에 가족관계라는 드라마가 진중하게 자리잡고 있다.


풍성하고 빛나며 아름다운 미술과 색깔, 눈부신 애니메이션 기술 흥미진진하면서도 깊이와 재미를 함께 지닌 내용 그리고 각기 성격과 특징이 다른 다양한 물고기들의 묘사 등 모든 것이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한 영화다.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 사는 오렌지색과 흰줄 무늬를 한 클라운 피시 말린(알버트 브룩스 음성)은 상어의 급습을 받고 아내와 아내가 막 출산한 수백개의 알 자식들을 잃는다. 졸지에 홀아비가 된 말린은 유일한 생존 알로 지느러미가 덜 발달한 니모(알렉산더 굴드-’해저 2만리의 잠수함 선장 이름이 니모다)를 애지중지하며 키운다.

니모가 학교를 가는 첫 날 늘 아들 보호에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인 말린은 니모에게 멀리 헤엄쳐 나가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모험심 많은 니모는 이를 어기고 학교 동네 밖으로 나갔다가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시드니 치과의사에게 채취 당해 병원 어항 속에 갇힌다.

장거리 여행을 안 해본 말린은 아들을 찾기 위해 과감한 해저여행을 시도한다. 말린의 여행 동반자는 우연히 알게 된 지독히도 짧은 기억력을 지닌 푸른색의 탱 도리(엘렌 디제너리스). 신경쇠약 증세의 말린과 낙천적인 도리는 시드니까지 여행을 하면서 온갖 물고기와 해저 동물을 만나 별의별 모험을 겪는다.

이미지 개선을 위해 “물고기는 밥이 아니고 친구다”라고 외치는 세 마리 상어의 모임(AA 미팅 같은 것)을 구경하고 해파리 숲을 헤쳐나가며 고래의 뱃속에까지 들어가면서(성경 속 요나의 얘기) 모진 고생 끝에 마침내 시드니에 도착한다. 시드니 도착 직전 소용돌이치는 해류 통과를 도와주는 것은 수백마리의 거북이를 몰고 다니며 서핑을 즐기는 현명한 거북이 크러쉬.

한편 니모가 강제 입주 당한 어항 속에는 바다 속만큼이나 다양하고 또 개성(어성)이 다른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데 리더는 어항을 탈출하려고 여러 번 시도하다 몸에 상처가 난 길(윌렘 다포). 니모와 길과 어항 속 물고기 가족들은 힘을 합쳐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되는데 이들의 탈출을 돕는 것이 말 많은 펠리칸 나이젤(제프리 러쉬). 그래서 아버지 물고기 말린과 아들 물고기 니모는 고향으로 돌아가 그 뒤로 내내 행복하게 살았단다.

자식 염려하는 아버지 얘기가 마치 인간사 같은 즐겁고 잘 만든 영화로 히치콕의 ‘사이코’와 ‘새들’의 음악과 장면을 슬쩍 빌렸다. 앤드루 스탠턴 (거북이 크러쉬 음성) 감독. G.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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