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영화 최신 화제작 6편 LA개봉

2002-10-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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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A - 한국문화원 ‘서울 시네마’마련
10~26일 교내 ‘J. 브리지스’극장 상영

지금 세계에서 가장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영화는 두 말할 것 없이 한국영화다. 한때 외환위기로 나락에 빠졌던 한국영화는 묘하게도 환란위기의 해인 1998년을 전후로 르네상스를 맞으며 질적 양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보다 전의 한국영화의 신물결을 일으킨 감독은 박광수와 장선우. 박광수는 한국영화를 비롯해 아시아영화의 특징인 섹스와 폭력이 판을 치는 멜로물을 거부하고 ‘칠수와 만수’(1998), ‘검은 공화국’(1990) 같은 정치성 짙은 영화를 만들었다.
또 1985년 ‘서울 예수’로 데뷔한 장선우도 광주사태의 후유증을 다룬 ‘꽃잎’(1996)과 심한 검열을 당한 기록영화식의 ‘나쁜 영화’ 같은 도전적이요 논란을 일으킨 영화들을 만들었다.
최근 들어 국제영화제서 상을 받으며 독특한 음성을 내고 있는 감독은 홍상수와 이창동. 홍상수는 인간관계의 잔인성과 야비함을 그린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과 역시 인간관계의 우연성과 불확실성을 담은 ‘생활의 발견’(2002) 같은 개성이 강한 작품을 내놓았다.
‘오아시스’로 올해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이창동도 블록버스터형의 감독이 아니다. 조직범죄에 가담한 젊은이의 갈등과 고뇌를 그린 ‘초록 물고기’(1997)를 만든 그는 늘 사회서 소외된 사람을 염려하고 있다.
1999년 ‘쉬리’가 한국영화 흥행의 신기록을 수입한 데 이어 잔인 무도한 ‘친구’가 이 기록을 다시 깨면서 한국영화계에 블록버스터형 영화가 붐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그 뒤에 나온 대형 영화들은 대부분 ‘친구’의 아류인 조폭영화들로 한국영화계에 한탕해 돈 벌려는 장르영화의 남발을 가져오는 부작용도 일으켰다.
한국영화가 현재의 호황을 이루고 있는데는 1998년에 발표된 외화 수입제한 철폐도 기여를 하고 있다. 그때까지 정부의 보호 아래 육성돼 온 한국영화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외화(특히 할리웃 영화)와 경쟁을 벌이게 되면서 자연 한국영화는 상업적으로나 질적으로 향상될 수밖에 없는 계기를 맞았다.
한국영화는 우선 국내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급성장하고 있다. 영화가 좋으면 팬은 찾아들게 마련으로 작년 극장 총수입의 50% 이상이 국산영화의 것으로 한국은 자국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49.5%로 세계 제1위다.
한국영화가 이렇게 급성장하면서 국내 할리웃 직배사들이 국산영화 제작에 투자를 시작했고 한국서 히트한 영화들의 신판 제작권을 할리웃 메이저들이 속속 사들이고 있다. 또 국내 배급을 위해 한국영화들을 사고 있다.
그러나 ‘춘향뎐’을 비롯해 아직까지 한국영화가 미 아트하우스 시장서 크게 성공한 것은 없다. 현재 미국 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영화는 ‘집으로’와 ‘고양이를 부탁해’ 등.
한국영화 발전의 특징은 상업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이 함께 공존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멜로물도 종종 예술영화 형식의 서술방식을 갖추고 있는데 이런 양면성의 공유야말로 한국영화의 장래를 밝게 해주는 활력소이다.
한국영화계의 독보적 존재인 임권택을 비롯해 강우석과 강제규 같은 대형 영화 위주의 감독과 홍상수와 이창동 및 김기덕 같은 비주류파들 그리고 있는 임순례와 정재은 등 최근 입지를 확장해 가고 있는 여류 감독 등이 넓게 포진하고 있는 한국영화의 미래는 넓고 밝다.
UCLA 필름 & TV 아카이브는 한국문화원과 공동으로 10일~26일 ‘서울 시네마라는 제하에 학교 내 제임스 브리지스 극장에서 최근 한국영화 6편을 상영한다. 이번 시리즈에는 송일곤과 홍상수 감독이 직접 참석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눈다. 모두 영어자막이 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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