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포복절도! 우리에게 맡겨

2002-09-06 (금)
크게 작게

▶ 13일 개봉 ‘가문의 영광’ 코믹영화 흥행순위 지각변동 예고

대원군이 ‘조폭’이 됐다.

헉! 이것만으로도 비실비실 웃음이 터져나오는데, CF계 코믹여왕 김정은과 <두사부일체>의 계두식이 만나 한껏 내숭을 떤다.

그 시너지 효과는? 코믹영화 흥행순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코미디 영화 <가문의 영광>(태원엔터테인먼트, 정흥순 감독)이 지난 1년간 이어진 조폭 코미디 영화와의 차별화를 선언했다.

탐색차 시사장을 찾았던 경쟁사 영화인들은 “이것은 그냥 조폭 코미디 영화가 아니다. 강한 로맨틱과 감동이 살아숨쉰다. 관객을 몰입시킬 수 있는 모티브와 힘이 있다”며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었다.

조폭 가문과 엘리트 집안의 사돈맺기라는 설정은 탄탄한 스토리 전개로 재미의 가속도를 붙인 뒤 연기자들의 무르익은 연기력으로 날개까지 달았다. 그 웃음의 경쾌한 강도가 심상치 않다.

■조폭 코미디? NO!


<가문의 영광>에도 조폭이 등장한다. 제목의 ‘가문’ 자체가 호남 제일의 조폭 ‘쓰리 J’가를 지칭한다. 그러나 조폭은 어디까지나 이야기 전개의 ‘양념’에 불과할 뿐 중심은 아니다.

<명성황후>의 근엄한 대원군 유동근이 걸죽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격이 낮은’ 조폭으로 등장해 ‘뒤통수 치는’ 웃음을 선사하는 것은 사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신분 추락’에 따른 것이지 그가 조폭이기에 웃기는 것이 아니다.

하나뿐인 여동생을 좋은데 시집보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한 가족애가 느껴질 정도다.


■로맨틱 코미디? YES!


<가문의 영광>은 들여다볼수록 김정은과 정준호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가 고소한 재미를 주는 영화다. 만취한 채 하룻밤을 같이 보낸 남녀. 알고보니 여자의 집안이 조폭이고 그 오빠들이 남자에게 결혼을 강요한다.

남자가 잘생긴데다 서울대 법대 출신이고 성품마저 착한, 더할 나위 없는 일등 신랑감. 자존심 강한 여자, 그 남자 필요없다고 돌아서지만 이상하게도 오빠들이 계속 ‘훼방’을 놓는다.

우연히 만난 남녀가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사랑에 빠져버리는 이야기.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형식이지만 시공간을 뛰어넘어 사랑받아온 스타일이다. 지난해 대박이 터진 <엽기적인 그녀>가 바로 로맨틱 코미디 아닌가.

한편으론 일등 신랑감을 향한 촌극과 수동적인 여성상이 몹시 씁쓸하지만 그 겉에 씌워진 당의정이 달콤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배우들의 연기? GOOD!


유동근의 시치미 뚝 뗀 연기는 찰진 밥처럼 윤기가 흐른다. 김정은은 <재밌는 영화>에서의 어색함을 떨치고 물 만난 고기가 됐다.

삶은 달걀을 몰래 먹는 모습, 피아노를 치며 <나 항상 그대를> 열창하는 모습 등에서는 그의 코믹연기에 관한 내공이 뚜렷하게 전해진다. 정준호는 이제 멜로 연기도 느끼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

■웃음 지수? HIGH!


코믹 영화인데 오버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드라마의 결이 촘촘해 상황과 캐릭터가 원색 그대로 살아난다. 무엇보다 자칫 억지스러울 수 있는 주인공 남녀의 ‘폴링 인 러브’가 자연스럽게 처리되며 깔끔한 웃음을 선사한다. ‘쓰리 J’ 가문의 행태도 유쾌하게 받아넘길 수 있다.

다만 극 재미를 위해 지나치게 ‘주먹의 논리’를 앞세운 것이나 유발요인이 적은 조폭간의 싸움, 조폭의 습성을 마치 떨치기 어려운 미련처럼 첨가해 놓은 것이 못내 아쉽다. 굳이 조폭 코미디를 양념으로 하지 않아도 간이 알맞게 들었는데 말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