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9.11테러 주제 전세계 명감독 11명이 만든 단편모음집 11’9"01 화제

2002-08-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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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테러사건을 다룬 11명의 세계 저명 영화감독들의 단편모음집 ‘11’09"01’이 완성돼 최근 파리서 특별 시사됐다. 한 화면에 길이 11분9초짜리 작품을 만들라는 것 외에 아무런 제한 없이 만들어진 이 영화는 9월6일 베니스영화제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 뒤 11일 토론토영화제서도 상영된다.

미국, 영국, 일본, 이집트, 이란, 프랑스 등의 유명 감독들이 만든 단편들에 대한 반응은 다양했다고 LA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신문은 그 중 일부는 반미적 색채가 짙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성향의 작품을 만든 감독들은 반미편견을 부인하고 "뉴욕 테러를 보다 전세계적 견지에서 관찰, 미국의 국경 너머 자행되고 있는 불의에 관심을 끌어 모으려 했다"고 말했다.
영국의 켄 로치 감독은 닉슨과 키신저의 승인 하에 1973년 9월11일에 일어난 피노체트 장군의 아옌데 대통령 제거 쿠데타를 그렸다.

가장 심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단편은 이집트의 유셉 차힌의 것. 차힌은 레바논서 팔레스타인 폭탄 자살조에 의해 살해된 미해병의 유령과의 대화를 담고 있는데 영화는 자살조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인도의 미라 나이르는 끔찍한 인종차별에 관해 그렸고 멕시코의 알레한드로 이나리투는 음향 디자인과 이미지를 통해 사건 당일 분출되는 감정의 궁형을 통해 명상을 유도했다. 또 션 펜의 작품에는 노배우 어네스트 보그나인이 맨해턴 아파트에 혼자 사는 자기를 부정하는 사람으로 나와 9월11일 아침 각성하는 긍정적 모습을 보여준다.

일본의 노장 쇼헤이 이마무라는 2차대전 후 제대한 일본 군인이 ‘성전’의 악몽을 목격한 뒤 자신을 뱀이라고 믿는가 하면 지난해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임자 없는 땅’을 감독한 보스니아의 다니스 타노비치는 매달 11일이면 1995년 7월11일 학살된 남편들을 추모하는 미망인들의 얘기를 그렸다.

이스라엘의 아모스 지타이 감독은 텔아비브의 거리에서 발생한 자동차 폭탄 폭발사건을 취재했으나 부장으로부터 뉴욕 테러 때문에 자신이 취재한 것을 방영할 수 없다는 통고를 받는 기자의 얘기를 만들었다. 프랑스의 클로드 를루쉬 감독은 수화로 대화하는 맨해턴 아파트의 부부 얘기를 무성으로 묘사했다.

11편의 작품 중 유일한 코미디는 아프리카 부르키나 화소의 이드리사 우에드라오고의 작품. 그는 오사마 빈 라덴 체포 현상금 2,500만달러를 타려고 그를 추적하나 계속 좌절을 겪는 5명의 가난한 소년들의 얘기를 만들었다. 영화는 이란의 젊은 여류 사미라 마흐말바프의 것으로 시작된다. 이란의 아프간 난민촌에서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 여선생이 학생들에게 뉴욕 사건의 희생자들을 위해 1분간의 묵념을 지시하나 어린 아이들은 선생님의 의도를 깨닫지 못한다. 이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학교 옆 벽돌공장의 거대한 굴뚝이 너희들 머리 위로 무너져 내리는 것을 상상해 보라며 학생들에게 뉴욕 참사를 간접적으로 깨닫게 해준다. 이 영화는 두 학생이 신은 비행기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알라가 뉴욕 테러에 가담했을 수가 없다고 결론 내리는 것으로 끝나면서 달곰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신문은 이 영화가 집요하게 희망하는 것은 미국 시민들과 관리들이 9월11일 미국을 덮친 끔찍한 공포를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함께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지구상의 사람들과 국가들이 모두 끊임없이 불공정하고 참혹한 폭력의 희생물이 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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