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상녀-연하남 로맨스 영화 늘어

2002-08-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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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디셈버 로맨스’는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남녀간의 사랑을 일컫는 말로 보통 나이 먹은 남자가 젊은 여자를 사랑할 때 잘 쓰인다.

이 로맨스는 어차피 기간도 짧고 또 대부분 이별로 끝나게 마련이어서 많은 영화의 소재로 다뤄져 왔다. 그 중에서도 최고 걸작은 프랑스 장 르느와르 감독의 ‘암캐’(1931).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중년의 회사직원과 거리의 여인의 사랑이야기로 여인의 배신으로 살인마저 일어난다.

나이든 로렌스 올리비에가 꽃다운 제니퍼 존스를 사랑하는 ‘캐리’(1952)도 이 범주의 작품. 윌리엄 와일러가 감독한 이 영화의 원작은 미 사실주의 작가 디오도어 드라이저의 ‘시스터 캐리’. 역시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식당 매니저와 출세하려고 시골서 도시로 온 젊은 여인간의 비극적 사랑을 그렸다.


또 다른 ‘메이-디셈버 로맨스’ 영화인 ‘하오의 연정’(1957)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매혹’이라는 주제가로 유명한 이 영화는 나이 먹은 바람둥이 게리 쿠퍼와 청순한 처녀 오드리 헵번의 파리에서의 사랑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 상영중인 3편의 인디 영화에서는 ‘메이-디셈버 로맨스’를 하는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새삼 여성 세력이 신장(?)됐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중년의 미망인과 세 딸의 가족 관계와 이들이 당면한 사랑과 여러 가지 문제를 재치 있게 다룬 ‘예쁘고 잘나고’(Lovely & Amazing)에서는 아이까지 둔 유부녀(캐서린 키너)가 고교생(제이크 길렌할)과 짧은 사랑을 나눈다. 물론 여자는 자기를 이해 못하는 남편을 두었다.

길렌할은 오늘 개봉된 ‘좋은 여자’(The Good Girl·영화평 ‘위크엔드’판 7면)에서도 연상의 유부녀와 뜨거운 관계를 맺는다. 물론 여기서도 여자는 자기 속을 전연 들여다보지 못하는 남편과 살고 있다. 그런데 길렌할은 두 영화에서 모두 연상의 여인에게 매어 달리다 상처를 입는다.

또 ‘올챙이’(Tadpole)에서는 주인공인 학생 아론 스탠포드가 자신의 계모 시고니 위버를 탐내는데 계모 대신 계모의 친구인 비비 뉴워드와 침대에 들어간다.

나이 먹은 여자와 아들 같은 남자의 사랑은 60년대 ‘졸업’(1967)에서도 일어났다. 여기서는 대학을 막 졸업한 더스틴 호프만이 자기 아버지 친구의 아내인 로빈슨 부인(앤 밴크로프트)의 뜨거운 육탄공세를 받아 함몰된다.
이같은 나이 먹은 여자와 연하 남자의 로맨스에 대해 ‘나이 먹은 여자들, 젊은 남자들’의 공동 저자인 수전 윈터는 "요즘 젊은이들은 나이 먹은 여자들의 경험과 세련미에 자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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