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공의 적’은 뒤통수 노린다.

2002-01-0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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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우석감독 내공이 관객 ‘쥐락펴락’

관객의 뒤통수 때리기는 웬만한 내공이아니고는 어림도 없다. 그 어림도 없는 시도를 했고, 일정한 성과를 거둔 영화가 등장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영화 ‘공공의 적’(시네마서비스)이다. 3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강우석 감독의 작품이다. 그리고 톱스타 설경구, 이성재가 주연을 맡았다. 웬만해서는 이들을 막을 수 없다?


처절하고 잔인. 그러면서 웃긴다

부패한 악질 형사(설경구 분)와 천인공노할 범행을 일삼는 범인(이성재 분)이만났다.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잔인하고 처절한 장면의 연속이다. 시종 피범벅이고 여기저기서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또 오직 일신의 영광만을위하는 주인공들의 더러운 욕망은 심한 불쾌감을 준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아니 이건 트릭일지도 모른다.

’공공의 적’은 철저하게 코미디 영화다. 칼날이 얼굴을 긋고, 주먹으로내장이 파열되는 상황이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이런 장면들이 웃음을 노리고 있다. 바로 이것이 ‘공공의 적’의 가장 강력한 무기. 탄탄한시나리오는 비장미와 웃음을 손바닥 뒤집듯 한다.

’공공의 적’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투캅스’등이 뒤섞인 느낌을 언뜻 풍기면서도 훨씬 파워풀하다. 어줍잖은 ‘정의 사회 구현’ 등의 메시지를 애초부터 팽개친 것이 주효한 덕택이다. ‘공공의 적’의 등장인물 누구도 ‘정의’는 안중에 없다. ‘투캅스’보다 업그레이드된 느낌도 여기서 비롯된다. 결말 부분에서 폼 잡아야 된다는 강박관념 또한 훌훌 털어냈다.

영화에서는 지능적이고 잔인한 펀드매니저 이성재가 ‘공공의적’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어쩌면 공공의 적은 ‘인생은어차피 코미디’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비장미가 감도는 포스터와 예고편을 곧이곧대로 믿어도 좋다. 그러면 그만큼 뒤통수는아프겠지만 재미는 배가된다.

파워 1인과 두 개성의 하모니.

예상했던 것이지만 강우석 설경구 이성재 등 세 사람의 하모니는 절묘하다.


세 사람 때문에 ‘공공의 적’은 평균 이상일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했다.아니나 다를까 시사회 결과 “업그레이드 된 ‘투캅스’”라는반응이다.

3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강우석 감독은 ‘뭔가를보여주겠다’고 결심했을 것이고, 설경구와 이성재가 보이지않게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펼쳤을 것이라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 세 사람이 손을 잡았으니 재미가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는 소리에 제 발로 찾아가 캐스팅을 부탁했다는 설경구는15kg을 불려가며 ‘개기름 흐르는’ 탐욕스러운 형사를연기했고, 이성재는 악랄함의 극치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임했다.

두 사람은 ‘누가 더 나쁜놈인가’를 경쟁하며 서로 으르렁거렸다. 그러나 강우석 감독은 그런 이전투구 속에서 웃음을 끌어냈다. 이것이 바로 ‘공공의 적’의 파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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