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과 필연으로 짜여진 ‘하루만의 이야기’
▶ ★★★½
우연이 필연이요 또 필연이 우연이라는 정교하게 짜여진 운명론적 프랑스 코미디로 지난해 10월 개봉된 ‘행운의 우연’(Serendipity)을 생각나게 한다. 점과 점 사이에 복잡다단한 인물과 사건을 또 다른 점들로 뿌려놓고 이것들을 선으로 연결해 처음에 멀리 떨어져 있던 두 점을 연결시키는 식의 플롯을 가졌다.
굉장히 복잡한 것 같지만 점과 점을 연결하는 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 필연(우연이 쌓이다 보면 필연이 된다는 얘기)을 납득케 되는 재미있는 영화다.
원제는 ‘나비의 날개치기’로 대서양 위에서의 나비의 날개치기가 궁극적으로 태평양에 허리케인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개념에서 나온 말. 이 영화는 현재 히트중인 프랑스 코미디 ‘아멜리’에 나온 눈이 큰 여배우 오드리 타투의 인기를 업고 연말에 개봉됐다.
가전제품 가게 여종업원 이렌(오드리 타투)이 전철을 타고 출근하는데 앞에 앉은 아주머니가 점을 쳐준다며 이렌의 생년월일을 묻는다. 아주머니는 이렌이 보름달이 뜬 밤에 님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그런데 이렌이 전철에서 내리자 아주머니 옆에 앉아있던 아랍계 청년 유네스(파우델)가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여인에게 "어 내 생일도 저 처녀와 마찬가지인데"라고 말한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서로 관계가 없는 듯한 수많은 사람들과 또 그들이 일으키는 서로 아무 상관이 없는 듯한 일들을 기묘하게 연결시켜 가며 보름달 뜬 밤에 둘 다 코가 깨진 이렌과 유네스를 병원 밖 벤치에서 만나게 해준다. 등을 돌리고 앉았던 두 청춘남녀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이게 꿈이냐 생시냐"라는 듯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우습다.
우리는 종종 "아 그때 내가 이랬더라면"이라고 생각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자기 뜻대로 고쳐보곤 한다. 이 영화도 사람들의 운명을 돌려놓기 위해 이런 수단을 쓰는데 그 수법이 아주 영리하다. 구급차 요원, 불체자, 도둑, 유부남을 사랑하는 처녀 그리고 거지와 러시안 관광객 부부와 변호사와 웨이터 등 수많은 인물들과 함께 바퀴벌레, 커피기계, 비둘기 똥, 조약돌, 버려진 비옷, 트럭에서 떨어진 상추와 빨간 운동화 등이 서로 기기묘묘하게 연결된 하루만의 이야기다.
다소 혼란스러울 만큼 플롯이 복잡하고 너무 가벼운 게 결점. 감독(각본 겸) 로랑 피로드. R. Lot 47. 뮤직홀, 페어브룩7(818-340-8710), 사우스코스트 시네마(949-497-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