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바닐라 스카이’ 등 연말의 화제 영화들이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극비리에 필름을 공수했다. 이유는 해적판 출몰 저지에 있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만한 화제작인 ‘반지의 제왕’은 세관원들도 모르게 엉뚱한 제목으로 위장, 수입됐으며 등급 위원들에게도 완성 필름이 아닌 분할 편집본이 보내졌다. 시차를 두고 홀수, 짝수로 나눠 도착한 ‘반지의 제왕’은 센서 필름 한 가운데 한국 수입사와 대표 이름이 보기 흉하게 적힌 채 등급위에서 상영됐다.
등급 위원들이 “영화 인생 30년 만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톰 크루즈 주연의 ‘바닐라 스카이’도 필름 공수 작전에선 ‘미션임파서블’수준이다. 지난 주 미국 UIP 본사 담당자가 한국 번역자 이 모씨에게 VHS 테이프를 가지고 경기도 소재 그의 집을 직접 찾았다. UPS나 페덱스처럼 미국 회사가 자주 이용하는 화물 택배 업체 대신 인편을 통해 직접 전달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정작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실수로 디렉터스 버전을 가져 온 그는 결국 “잠깐 기다리라”며 만 24시간 만에 다시 미국을 왕복, 번역자가 봐야 될 테이프를 직접 공수해 왔다. 수없이 많은 단서 조항에 일일이 사인한 뒤에야 번역자는 ‘바닐라 스카이’ 번역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반지의 제왕’ ‘바닐라 스카이’ 등이 법석을 떨며 필름보안에 잔뜩 신경쓰는 이유는 해적판에 있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몬스터 주식회사’ 등이 국내 첫 시사 전에 벌써 해적판으로 떠돌아 흥행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끼칠 태세다. 이런 상황을 지켜 본 터라 극도의 보안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