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노동장관의 일과 삶의 통찰
2001-12-07 (금) 12:00:00
로버트 라이시 지음
오성호 옮김
김영사 펴냄
1920년대 말 대공황때 수정주의 경제학자인 케인즈는 이렇게 예견했다. "2030년이면 영국인들은 경제적으로 더 안락한 삶을 누리고 일은 덜하게 될 것이다"라고. 그는 구체적으로 100년후엔 영국인들이 경제적으로 여덟배는 더 잘살고 원하는 사람은 일주일에 15시간 정도만 일하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전체적으로 경제적인 풍요는 맛보고 있지만 그렇다고 일하는 시간이 줄어 들지는 않는 것 같다. 아니 오히려 경제적으로 잘살게 되면서 일하는 시간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클린턴행정부때 노동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교수는 지적한다.
라이시 교수가 펴 낸 ‘부유한 노예(THE FUTURE OF SUCCESS)’는 일과 삶의 균형문제를 집어보고 있는 책이다. 클린턴행정부의 노동장관으로 대표적 ‘일중독자’였던 라이시는 1996년 어느날 출근하려 집을 나서며 길에 아들과 나눈 대화에 충격을 받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에 노동장관직을 사임한다.
그의 갑작스런 사임은 미국사회에 화제와 함께 열띤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생계’를 걱정해야 했던 사람들은 그의 사임을 부자의 여유라 비판했고 삶의 정체성을 놓고 고민하던 사람들은 그의 결단에 용기를 얻었다며 찬사를 보냈다.
라이시의 주장은 이렇다. 부자가 되면 될수록 오래일을 해야하며 또 일을 하지 않을떄도 일에 대한 생각에서 해방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현상의 주범으로 소위 ‘신경제’를 지목한다. ‘신경제’로 인해 생산성이 꾸준히 증가하고 그 덕분에 경기는 사이클을 타지 않고 장기호황을 누려왔다. 그러나 경제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으며 그 와중에 가족과 친구, 지역사회라는 수많은 관계를 조금씩 상실해 왔다는 것이다.
신경제에서는 구매자들이 얼마든지 선택을 자유롭게 하고 쉽게 이동할수 있기 때문에 구경제와 같은 안정감을 찾아 보기 힘들다. 그래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잘사는 사람은 불확실한 미래를 이유로 더 돈버는데 매달리고 소득격차가 심해진 단순직 근로자들은 그들대로 덜 처지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일하게 된다.
일에 너무 매달리다 보면 삶을 희생하게 되는데 라이시 교수는 극단적인 예로 DINS(Double Income, No Sex)족’을 들고 있다. DINS는 부부가 맞벌이를 해 수입은 2배로 늘었지만 너무 피곤해 섹스조차 갖지 못하는 신경제 부부를 의미한다. 저자가 말하는 ‘부유한 노예’는 바로 이런 상태를 말한다.
저자는 이런 노예상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삶의 기어를 내려 속도를 늦출(다운시프팅)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삶과 일이 균형을 잡아가려면 개인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노력도 뒷받침 돼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과연 바람직한 삶의 모습은 어떤것인가"라는 문제를 되집어 보게 하는 책이지만 신경제의 성격과 미래에 관한 통찰을 얻을수 있는 진단서적 으로서도 유용하다.
yoonscho@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