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술병만 봐도 울렁거려요"

2001-11-06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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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상수감독’생활의 발견’ 리얼리티위해 음주 촬영

"이젠 술병만 봐도 속이 울렁거려요."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 <생활의 발견>(미라신코리아)의 주연배우 김상경(29) 추상미(28) 등이 음주 운전 아닌 음주 촬영 탓에 혹독한 고생을 치렀다.

이들이 음주 촬영의 고역에서 해방된 시점은 모든 촬영을 마친 지난 5일. 그때서야 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금주, 금연을 맹세했다. 도대체 얼마나 마셨길래?


<생활의 발견>은 우연히 만난 남녀가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는 줄거리탓에 음주 장면이 30% 이상 나온다. 보통 음주 신에선 소주 대신 생수를 마시기 마련이지만 리얼리티를 생명처럼 여기는 홍 감독은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덕분에 김상경 추상미 예지원 등은 음주 촬영을 앞두고 꼼짝없이 자신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높여야 했다.

물론 ‘필름 끊길’ 정도는 안 마셨다. 홍 감독은 배우들의 얼굴이 벌개지고 기분이 ‘알딸딸’ 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촬영을 시작했다

. 빨리 취하는 요령을 터득한 배우들은 ‘찔끔찔끔’이 아닌 ‘벌컥벌컥’ 수준으로 소주를 들이켰다. 이 소식을 들은 모 소주회사에선 얼마든지 마시라며 소주 4,000 병을 제공하기도 했다. 소주 마시라고 강권하는 감독보다 더 ‘얄미운’ 소주회사다.

”체질적으로 소주를 못 마신다”는 추상미는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백세주를 마신 뒤 촬영에 임했다. 계산된 눈속임 연기를 싫어하는 홍상수 감독은 전작 <오! 수정>에서도 인사동 술 마시는 장면을 찍으며 정보석과 이은주에게 음주 촬영을 요구했다.

“평생 마실 술을 모두 마셨다”며 혀를 내두르는 김상경은 크랭크업 직후 금주 금연을 선언하며 ‘간 보호’에 나섰다. 그는 “음주연결 촬영이 있는 날은 새벽부터 소주를 마신 적도 있다”고 털어 놓았다. 실감 나는 음주 촬영 때문에 이들의 아침 식사는 거의 대부분 해장국이나 콩나물국이었다.

눈에 띄게 수척해진 추상미는 “먹고, 자고, 섹스하는 일상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느라 힘들었다”며 “아마 영화를 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경 추상미 등은 “과음한 다음 날은 술병만 봐도 울렁거린다고 하죠? 하지만 우린 술병은 물론 콩나물만 봐도 신물이 올라와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입가에 웃음을 띄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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