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뚱보 소녀’(Fat Girl)

2001-10-2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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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춘기 자매 리얼한 ‘성숙 보고서’

▶ ★★★★(5개 만점)

사춘기 자매의 성과 첫 경험에 대한 다크 코미디 스타일의 임상학적 보고서이자 성장기로 냉철하게 사실적이다. 프랑스의 여류 카테린 브레야 감독(각본 겸)의 성장기를 바탕으로 했는데 성적 개안의 미묘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솔직하고 단순 명료하게 그려졌다.

그러나 이런 표면상의 단순함 속에는 소녀들이 겪는 성적 심리적 욕망과 불안, 좌절감과 갈등 등이 잔인할 정도로 혼탁한 저류를 만들며 흐르고 있다. 사랑과 섹스의 혼동을 겪으며 그리고 육체와 정신적으로 가장 거북한 기간인 사춘기를 거쳐가는 소녀들에 대한 행동 관찰기이기도 하다.

여름 해안으로 휴가 온 12세의 아나이스(아나이스 르부가 실쭉한 표정연기를 잘한다)와 15세난 엘레나(록산 메스퀴다)는 자매. 엘레나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몸매가 고운 반면 식욕이 왕성한 아나이스는 뚱뚱보. 영화는 아나이스의 눈으로 얘기되는데 두 자매도 여느 자매들처럼 다투고 사랑하면서 애증관계를 지닌 사이.


엘레나는 아나이스와 카페에 들렀다가 법학도인 이탈리아 청년 페르난도(리베로 데 리엔조)를 만나고 둘은 즉석에서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페르난도가 엘레나의 방에 들어와 아나이스가 보는 앞에서 엘레나와 벌이는 섹스 신이 매우 긴데 처녀성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그것을 잃고 싶어하는 욕망에 떠는 엘레나와 감언이설로 엘레나를 유혹하는 페르난도간의 대사와 동작 등이 우스우면서도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이를 손가락 사이로 지켜보는 아나이스의 질투와 선망과 욕망이 뒤엉킨 눈초리. 영화는 늘 예쁜 언니의 그늘 밑에서 살아야 하는 아나이스의 좌절감과 분노와 부러움을 가슴이 아플 정도로 진실되게 보여준다.

마침내 엘레나가 페르난도에게 처녀성을 주면서 내는 신음소리는 아나이스의 울음소리와 오버랩이 되면서 뚱보 소녀의 성적 고뇌는 절정에 이른다. 엘레나의 행적이 들통이 나고 두 자매의 엄마(아시네 칸 지안)가 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집을 향해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지금까지의 톤은 서서히 불안하고 불길한 기운을 띠면서 짙은 서스펜스 무드를 갖춘다.

악몽보다 더 어두운 마지막 부분은 충격적인데 매서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아나이스의 마지막 말이 아이러니컬하다. 성장과정의 필수과정인 처녀성 상실의 대가 지불이 이토록 가혹한가.

성인용. Cowboy Pictures. 웨스트사이드 파빌리언(310-475-0202), 유니버시티6(949-854-8811),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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