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파격.. 섹스.. ‘헤라 퍼플’의 도발

2001-10-2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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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도발적이고 파격적일 순 없다.’

발가벗은 남자가 물구나무 선채 죽어있는 첫 장면부터 예사롭지 않다. 정길채 감독의 영화 ‘헤라 퍼플’(정길채 필름)이 지난 23일 시사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정 감독은 남들이 시도하기 꺼려하는(?) 독특한 소재를 다뤄 영화계에서 ‘괴짜’로 불린다. 자신이 연출하고 출연한 ‘비설’이란 작품에선 리얼리티를 위해 생니 열 두개를 몽땅 뽑기도 했다.

’헤라퍼플’은 파격적이고 엽기적인 화면으로 가득했다. 구설수에 올랐던 홍석천의 동성애 장면은 우여곡절 끝에 2초 남짓 담겼다.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세 차례나 재심을 받은 끝에 이뤄낸 정 감독의 쾌거(?)다. 이장면을 두고 “80년 한국 영화사상 최초”라고 의미 부여한정 감독은 홍석천 파트너로 자신의 양아들을 전격 데뷔시켜 이슈가 되기도 했다.


’헤라퍼플’은 주부 혜림(김청 분)이 어린 시절 자신을 성폭행했던 남자들을 성인이 된 후 섹스를 통해 차례차례 죽인다는 이야기다. 마지막 장면에서 형사 이세창이 용의자 김청을 사살하는데 두 사람이 남매였다는 설정은 다소 억지스러워 보인다. ‘헤라’는 질투의 화신이며 극중 살인마다. 섹스 스릴러라는 장르 때문에 엽기적인 정사 신은 평균 10분엔 한 번 꼴로 나온다.

”작품성 보다 가능성을 봐달라”는정 감독 말처럼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수중 섹스, 신부와의 정사 장면 등은 파격 그 자체다. “다음 섹스 장면이 기다려질 정도일 것”이라는 정 감독의 말처럼 많은 정사 장면이 나온다.남녀의 속옷이 별로 안 보일 정도다.

영화가 끝나도 살인범의 정체는 속시원히 드러나지 않는다. 속편을 염두에 둔 것도 아닐텐데 매듭을 짓지 않고 애매모호하게 끝냈다. 정 감독은 “살인범이 누군지 조감독도 모르고 나만 안다”며득의양양하게 말했다. 관객과 수수께끼라도 한판 벌이겠다는 의도이지만 과연 관객들이 감독의 초대에 응할 지 궁금하다.

정 감독은 눈 위의 정사 장면 등 4계절을 담느라 고생했으며, 제작발표회 직후종적을 감춘 유령 투자사 때문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직접 변통해서 마련한 13억원으로 제작했다.

제 아무리 파격을 일삼는 정 감독이지만 지금은 관객 반응이 어떨 지 노심초사하고있다. 손익분기점을 넘겨야만 다음 ‘문제작’을 기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이런 영화를 만드냐”는 도발적인 질문에 그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11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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