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00년전 종로 저잣거리 그대로

2001-10-16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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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트장에는 단 4개의 못이 쓰였다.개막 행사를 알리는 프래카드를 걸기 위한 것이다.”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은 이렇게오픈 세트를 자랑했다. 경기 남양주시 서울종합촬영소에 마련한 영화 ‘취화선’의 오픈 세트장은 우리 영화사의 새로운 기록으로 남을 듯하다. “장승업이 살았던 시대는 국운이 쇠퇴하면서 사람들도 방황을 했던 시기다. 사람들의 일상이 묻어나는 저자거리. 그러나 너무 싸구려 냄새도 나지 않고, 우울한 시대상을 담을 것.”

이런 ‘추상적’이고도 까다로운 임권택 감독의 주문이 현실로 나타났다. 2,765평 부지에 기화집 26채와 초가집 25채가 들어선 오픈 세트장은 ‘세트’가 아니라, 완벽히 재현한 구한말의 서울 종로박물관이다. MBC 미술센터가 3개월간, 연인원 5,000여명을 동원했다. 세트는 100년전 종로의 ‘피맛길’(양반 행차를 피해 서민들이 다니던 뒷길)과 장승업이 자란 중인 김병문의 집, 기생촌, 지전, 유기전 등이 빼곡히 들어선 저자거리 등으로 구성됐다.


소품만 2.5톤 트럭으로 30여대.전라도 수몰 예정지에서 흙돌담을 그대로 옮겨오고, 전남 해남에서 소나무를 직송해 심었다. 가옥은 우리 전통 건축 양식을 살려 못하나 쓰지 않고 나무를 파서 짜 맞추었다. “아파트 공사장 같았으나 그들은 모두 인부가 아니라 기능장들이라는 점이 달랐다.”(임권택 감독), “용인 민속촌 등 그 어느 곳에서도 이런 완벽한 시대를 구현한 곳은 없다. 완벽한 카메라 위킹이 가능한 오픈 세트를 보니 더럭 겁이 난다. 이런 완벽한 세트에서 작품을 잘 만들지 못하면 모두 우리 탓이기 때문이다”(정일성 촬영감독).

오픈세트 제작에는 소품비 11억원을포함, 한국 영화사상 최고 금액인 22억원이 들었고, 영화진흥위원회가 6억6,000만원을 현물로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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