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영화는 싫다’ ‘폼 잡는 영화도 싫다’.
최근 영화 관객들의 취향이다. 폼잡고, 조금이라도 진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려고하면 외면. 대신 가볍고, 밝은 영화를 반긴다. 가벼움이 지나쳐 3류 느낌까지 풍기는 영화도 OK다. ‘신라의 달밤’(전국 435만명) ‘엽기적인 그녀’(7일 현재 전국 490만 명)에 이어 ‘조폭 마누라’(7일 현재 229만 명)까지. 매사 심각한 평론가들에게는 혹평 받았지만 관객들은 몰려 간다. 요즘 세상이 살기 힘든 탓에 영화라도 아무 생각없이 즐기길 바라는 걸까. 그에 따른 영화계의 희비를 살펴보자.
▲ ‘봄날은 간다’VS ‘조폭 마누라’
9월 28일 함께 개봉한 두 영화는 요즘 관객의 취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껏 분위기 잡은 멜로 영화 ‘봄날은 간다’와 좌충우돌 코믹 액션 영화 ‘조폭 마누라’는 솔직히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마니아들과 영화전문 잡지들은 ‘봄날은 간다’를 ‘찬양’하고, ‘조폭 마누라’를 심할 정도로 혹평했다.
그러나 두 작품은 흥행에서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8일 현재 ‘조폭 마누라’는전국 242만 명, ‘봄날은 간다’는 전국 58만 명을 끌었다. ‘조폭 마누라’가 관객 숫자에서 4배 이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강원도의 수려한 경치와 이영애, 유지태의 그림 같은 사랑 연기도 좋지만 이왕이면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재미와 웃음을 찾겠다는 관객들의 경향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 ‘무사’VS ‘엽기적인 그녀’
무협액션 스펙터클 ‘무사’는 개봉 한 달 만인 9일 간신히 전국200만 명의 관객을 끌었다. 애초 ‘무사’의 제작진은 흥행을 낙관했다. 정우성 주진모라는 스타가 출연하고, 김성수 감독의 생동감 넘치는 액션신과 공들인 화면이 자신있었다. 물론 전국 200만 명의 관객도 대단하지만 제작비로 80억 원을 들였기 때문에 손익분기점까지는 아직 갈 길이멀다.
많은 사람들은 ‘무사’가 개봉하자마자 미국 테러라는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나 흥행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영화가 너무 무겁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반면 7월 27일에 개봉한 ‘엽기적인 그녀’는 아직까지 극장에 걸려있다.8일 현재 관객 487만 명을 돌파했다. 인터넷에 연재된 원작보다 ‘훨씬 재미없다’는 평을 들었지만 차태현, 전지현이라는 신세대 스타가 펼치는 귀여운 코믹 연기에 관객들은 너그럽게 웃었다. ‘두 사람만 보고있어도 재미있다’는 것이 주된 평. ‘무사’에 비하면 힘 하나도 안 들이고 찍은 이 영화는 잘하면 전국 500만 명이라는 대 기록도 세울 듯 하다.
▲그러나 영화인은 당황
이런관객 취향을 지켜보며 일부 영화인들은 당황했다. 심지어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마저 있다. ‘관객 외면을 각오하고 질 좋은 작품을 고수해야 하나’.
그러나 이는 재미와 작품성을 대립되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이분법적 사고로, 잘못돼 있다. ‘조폭 마누라’가 흥행되는 이유는 작품 수준 이전에 신은경이 연기한 여자 조폭이란 캐릭터가 새롭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새 상품이기에 관객들은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영화제가 아닌 극장에서의 주요 평가 기준은 역시 작품성보다 재미다. 그리고 관객 취향을 외면하고선 질 좋은 작품도 만들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