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람의 주말나기
▶ 이동익씨(센추리 21 동부 한국부동산 대표).
그는 언제 봐도 참 맵시가 좋다. 올해 쉰을 넘겼건만 양복을 차려입은 그는 물찬 제비의 모습이다. 일찌감치 배가 나와 영감 소리를 듣는 친구들은 그에게 질투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그의 비밀은 도대체 무엇인지 살짝 엿볼까.
그의 주말은 아주 일찌감치 시작된다. 새벽 4시30분. 아직 세상이 어둠 속에 잠들어 있는 시간 그는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하시엔다 하이츠 자택에서 길이 막히지 않는 시간대에도 40분 정도는 족히 걸리는 패사디나까지의 운전 길. 졸리기도 하지만 그 상쾌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달릴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뿌듯해지며 얼굴에 미소가 감돈다.
5시50분, 패사디나 로즈 볼 야외 수영장 앞 주차장. KART (Korean American Running Team, 코치 피터 김) 회원들이 하나 둘 씩 모습을 나타내며 인사를 보내온다. 6시 정각. 코치의 인도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치가 시작된다. 그는 마치 무용수처럼, 체조 동작 하나 하나를 정성껏 하면서 뻐근한 고통 가운데 느껴지는 기분 좋은 쾌감을 맛본다.
30분 정도 체조를 마치면 각자의 수준에 맞추어 달리기 트레이닝이 시작된다. 3년째 달리기를 해 온 그는 선두 그룹에 속한다. 골프장의 잔디밭, 주택가의 꽃나무 일대를 약 1시간 30분 남짓 뛰면서 회원들과 지난 한 주간의 얘기를 하는 것도 달리기의 즐거움만큼 크다. 달리기와 정리 운동이 끝나면 회원 가운데 하나가 마련해 온 아침 식사를 함께 나눈다. 안 그래도 맛있는 음식이 운동을 한 뒤라 꿀맛이다.
그가 평생 운동으로 달리기를 선택한 이유는 우선 간단히 시작할수 있기 때문. 신발과 셔츠, 팬츠 정도만 있으면 되니 다른 운동에 비해 얼마나 경제적인지. 둘째, 달리기는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 일을 하다가도 잠깐 짬이 나면 직장 주변에서 달려도 되고 휴가 가서도 할 수 있으니 매력적이지 않은가.
그가 주말 보내기의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된 달리기와 인연을 맺은 것은 2년 전인 1999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마라톤을 뛰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단다. 마라톤이란 특수한 독종들만 하는 것, 뛰고 난 뒤에는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것이란 선입견이 어디 그만의 것이었을까.
하지만 KART 모임에 빠지지 않고 나와 코치의 지침대로 따라하다 보니 그는 어느새 1년 뒤, 롱비치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게 됐다. 당시 기록은 5시간 2분. 지난 3월의 LA 마라톤에서는 4시간 49분의 기록을 세웠다. 마일 당 30초 줄이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생각해 볼 때 이는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자신이 완주할 수 있다면 이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이라 얘기한다. 혼자서 뛰어도 되지만 모임에 나와서 함께 뛸 때 ‘우리’는 창조적인 에너지를 발휘한다. 몸은 길들이기 나름. 항상 힘이 넘치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달리기가 준 선물이다.
’이 나이에’라는 표현을 그는 사용하지 않는다. 뭐든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항상 신나는 일. 최근 그는 대학 시절 놓았던 기타를 다시 들었다. 몇 달 뒤, KART의 캠핑에서는 모닥불 앞에 놓고 그의 기타 반주로 캠프 송을 부르며 밤이 깊어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