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기다렸다!’
개봉 닷새 만에 전국 관객 100만 명을 동원한 ‘조폭 마누라’(현진영화사,조진규 감독). 이 영화의 성공 뒤에는 오랜 세월 절치부심해 온 3인방이 자리하고 있어 흥미를 끈다.
투자자 겸 공동 제작자로 나선 개그맨 서세원, 제작자인 현진영화사의 이순열 대표,그리고 주연배우 신은경이 그 주인공. 이들 세 사람에게 ‘조폭 마누라’의 성공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우선 서세원. 개그계에서는 정상의 위치에 있지만 영화계에서 그는 지금껏 ‘ ‘납자루떼의 전설’로 통했다. 서세원은 85년 ‘납자루떼’라는영화를 제작, 감독했고, 전 재산을 날리는 좌절을 경험했다. 영화계에서는 그런 그를 ‘개그맨이 무모한 시도를 했다’며 비웃었다.
그 후 16년. 영화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끊임없이 영화계를 노렸던 그는 ‘조폭 마누라’의 시나리오를 본 뒤 투자를 결정했다. 그리고 대박을 만났다.
서세원은 “ ‘조폭 마누라’의 러시 필름이 나왔을 때 눈물이 절로 흘렸다. 모두들 정말 공들여 만들었고, 나 역시 온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납자루떼’의 실패를 말끔히 씻었다는 의미를 넘어 영화 제작에 대한 자신감을 얻어 기쁘다”며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했다.
주연배우인 신은경 또한 입이 귀에 걸렸다. 신은경은 보이시한 이미지를 통해 브라운관 공략에는 성공했지만 영화에서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젊은 남자’ ‘창’ ‘링’ ‘건축무한육면각체의비밀’ ‘종합병원’ 등에 출연했지만 ‘그저 그런 배우’에 그쳤다. 특히 가장 최근작인 ‘종합병원’에선 참담한 패배를 맛보며, 급격한 하강 곡선을 그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여자 조폭으로 변한 뒤 전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신은경은 “너무 기쁠 뿐이다. 연휴 내내 전국을 돌며 무대 인사를 할 때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얼이 빠질 지경이었다”면서“누적된 피로 탓에 몸이 많이 아팠는데 개봉 이후 다 나았다”며 기뻐했다.
이순열 대표 역시 6년을 기다렸다. 현진 영화사는 ‘걸어서 하늘까지’ ‘그대안의 블루’ ‘개 같은 날의 오후’ 등으로 90년대 초반까지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하지만 ‘본투킬’과 ‘기막힌 사내들’이 잇달아 실패하면서 거의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조폭 마누라’ 직전에 기획했던 작품 ‘도망을 가’가 투자자를 찾지 못해 크랭크인 못한 뼈 아픈 경험까지 있다. 그리곤 서세원을 만나 천신만고 끝에 ‘조폭 마누라’를 완성했다.
이 대표는 “아무래도 난 여자와 궁합이 맞는 것 같다. 여성 소재 영화를 만들 때 마다 흥행에서 성공했다. 앞으로도 계속 여자 소재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며기분 좋게 웃는다.
각각의 분야에서 한 때 최절정의 감격을 누리다 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졌던 세사람, 그들의 힘찬 재기 웃음 소리 때문에 영화계가 명절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