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30)가 스크린 속으로 녹아들었다. 영화 데뷔작인 ‘인샬라’에서는스크린 밖에 있더니 28일 개봉하는 네 번째 작품인 ‘봄날은 간다’(싸이더스, 허진호 감독)에서는 드디어 ‘영화’ 그 자체가 됐다. ‘공동경비구역 JSA’와 ‘선물’을 거치면서 서서히 스크린 속으로 걸어 들어간 그는 이번 ‘봄날은 간다’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시사회 이후 인터넷에 올라온 소감들도 이구동성으로 그의 연기를 칭찬하고 있다. 봄날은 갔지만 이영애는 활짝 폈다.
◈ 여자랑 버스는… 이영애가 연기한 은수는 한 번 결혼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30대 초반의 지방방송국 라디오 PD. 소리 채집 작업을 하면서 만난 연하의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유지태 분)와 사랑에 빠지지만 결혼하자는 말에 뒷걸음질 친다.그리고 다른 사랑을 찾아 나선다.
매달리는 상우를 매정하게 대하는 은수를 두고 ‘잔인하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객은 ‘사랑은 그런 것’이라며 은수의 편을 든다. 사랑이 떠나갈 때는 다가올 때처럼 거창한 이유가 없기 때문. 시간이 흘러 상우를 다시 찾는 은수의 모습도 그래서 이해할 수 있다. "여자랑 버스는 떠난 다음에 잡는 게 아니란다”는 상우 할머니의 말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관객의 귀에서 맴돈다.
이영애는 은수에 대해 "결코 쉬운 역이 아니었다. 열이면 열 다 공감할 수는 없을 것이다”면서 "은수의 보이지 않는 아픔을 전달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제작진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래서 끝난 지금은 그만큼 허탈하다”고 말한다.
◈ 자고 갈래요? 이영애가 남자에게 잠자리를 제안하는데 그 모습이 무척 자연스럽다. 커리어우먼의 당당함과 여자로서의 부끄러움, 그리고 ‘경험자’의 뻔뻔함이 버무려진 은수의 표정이 사랑스러운 것은 이영애 연기의 힘이다.
이미 SBSTV ‘불꽃’에서 사랑에 열정적으로 몸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것이 ‘연기’였다면 이번에는 ‘진짜’ 같다. 사랑에 볼이 달아올라 보여주는 하늘하늘한 몸짓이.
이영애는 그런 설정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은수는 내게 도전해 볼 만한 캐릭터였다”고 잘라 말한다. "남자에게 쑥스러운 제안을 하면서 창피하니까 생라면을 깨물어 먹는 모습, 불쑥 ‘재미있는 얘기 해봐요’라고 말하는 모습 등은 촬영하다 만들어낸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도… 이영애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길에서 유지태와 이별하는 끝 부분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다시 찾아온 은수를 이번에는 상우가 떠나보내는 장면. "은수가 키 큰 상우의 목을 힘껏 끌어안고 그 품에 폭 안기는 모습이 아름다웠던 만큼 가슴 시린 이별”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윤고은 기자 pretty@daily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