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무것도 못버리는 사람

2001-09-2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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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런 킹스턴 지음 최이정 옮김 도서출판 도솔

7년동안 걸어서 세계 오지 곳곳을 여행한 한비야씨가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겪은 일. 그는 에티오피아에서 달구지를 얻어 탔다가 급하게 내리면서 작은 가방을 두고 내렸는데 이안에는 여행중 항상 사용해야 하는 모자, 화장수, 칫솔, 정수용 알약, 휴지등이 들어 있었다. 당장 장만해야 하는 것들이지만 워낙 오지라 언제 다시 구입할수 있을지 기약할수 없었던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며칠 지나다 보니 이상하더라는 것. 없으면 너무나 불편할 것이라 여겼던 물건들이 실상은 그렇게까지 필요하지는 않더라는 것이다.

모자가 없었지만 면 보자기를 뒤집어 쓰니 햇볕가리개로 손색이 없었으며 칫솔대신 현지인들처럼 연한나뭇가지를 깎아 이를 문지르니까 더할수 없이 개운했다. 현지인들의 술에 레몬을 썰어 넣었더니 향기좋고 효과도 뛰어난 화장수가 됐다. 또 아프리카에서는 손과 물만 있으면 어차피 화장지는 필요없는 것. 그러면서 "없으면 안된다고 믿는 것중에서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과연 얼마나 될까"라는 의문이 들었으며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대대적인 집안정리를 했다. 간단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도 정리하다 보니 군더더기가 끝도 없더라는 것이다.

잘 버릴줄 알면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 ‘공간정리’ 전문가로서 명성을 얻고 있는 캐런 킹스턴이 쓴 ‘아무것도 못버리는 사람’은 바로 잘 버리기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책이다. 원제는 ‘풍수에 따라 잡동사니를 치워라’(CLEAR YOUR CLUTTER WITH FENG SUI)’로 우리가 미련 때문에 버리지 못한채 쌓아 놓는 잡동사니는 생명 에너지의 원활한 흐름을 막아 삶에 악영향을 준다는게 이 책의 요지이다. 전통적인 동양 풍수사상을 서양식으로 재해석해 집안 곳곳의 잡동사니와 풍수와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는데 결론은 성공적인 인생이 되려면 집과 일터의 에너지 흐름을 방해하는 잡동사니들부터 깨끗이 청소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왜 사람들이 잡동사니를 쌓아 두기만 하고 제대로 버리지 못하는지 그 이유들을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옷의 20%만으로 일상생활의 80%를 지낸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처럼 언제 쓰일지 모른다는 막연한 미련과 소유욕, 그리고 물건을 소유해야만 안심하는 심리상태,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 한번 구입한 물건은 절대 버려서는 안된다는 강박관념등이 작용해 집안의 잡동사니는 쌓여만 간다. 바로 이런 잡동사니가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 전반에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킹스턴은 분석한다. 킹스턴이 말하는 버리기에는 육체의 원활한 배설과 감정의 잡동사니 털어내기까지 포함된다.

킹스턴이 펴는 풍수론의 타당성을 검증할 만한 지식이나 식견이 기자에게는 없다. 그러나 잡동사니를 쌓아두기만 하고 치울줄 모르는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작은 일을 크게 확대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등 잡동사니만큼 큰 감정의 짐을 짊어지고 산다는 주장에는 상당부분 공감이 간다. 풍수가 아니라 바로 이런 태도들이 영향을 미쳐 삶의 모습이 결정되는 것은 아닐까. 당장 집안의 잡동사니들을 치우고 버려보자. 그리고는 얼마나 기분이 달라지는지 확인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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