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부 해안가
2001-09-14 (금) 12:00:00
옛말에 지자는 요수하고 인자는 요산한다는 말이 있다. 많이 배운 사람은 바다를 좋아하고 어질고 덕 있는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산을 좋아하고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찌 지자와 인자뿐이겠는가.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 때로는 모든 걸 훌훌 털어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쉬고 싶어진다.
나도 이럴 때 찾는 곳이 있다. 천인단애 발 밑에는 파도가 부서지고 멀리멀리 수평선 저 너머에 두고 온 내 나라가 환상 속에서나마 보일 듯 말 듯 하는 바닷가 언덕이다. 10번 프리웨이가 끝나는 샌타모니카에서 1번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를 타고 북쪽 방향으로 약 25마일 드라이브하면 말리부 해안가에 엘마타돌(El Matador). 라피드라(La Piedra), 엘프스카돌(El Pescador)이라고 하는 3개의 스테이트 비치가 연이어 나온다.
남가주 해안가 대부분의 비치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이 붐비고 아니면 눈이 닿는 좋은 곳이라면 어디든지 서있는 초호화 주택들이 위화감을 자아내는 그런 분위기라면 이 지역은 자연 그대로다. 인적도 드물고 보이는 건 바다뿐이다. 발 밑에도 바다고 천리 밖도 바다다. 언덕배기에 앉아 끝없이 펼쳐진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막혔던 가슴이 확 트이고 영혼에 묻어있는 떼까지도 말끔히 씻어주는 느낌이다.
이 곳들은 입장료는 없으며 여느 스테이트 비치나 마찬가지로 약간의 주차비만 무인 매표함에 지불하면 된다. 해가 뜰 때 열었다가 해가 지면 닫는다. 바닷가를 따라서 훌륭한 하이킹 코스가 이어진다.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가다가 쉬고 다시 돌아오면 된다.
강태화 <토요산악회장, 909-628-3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