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학로 중견 연출가 충무로 진출 활발

2001-07-02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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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의 베테랑 연출가들이 대거 충무로 나들이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연극배우들이 스크린에 진출하거나 방송사 PD들이 희곡작가로 나선 사례는 많았지만 연극 연출가들이 메가폰을 잡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어서 대학로와 충무로에서는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성공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연극ㆍ영화 겸업 연출가의 선두주자는 블랙 코미디의 달인으로 꼽히는 신예 장진(30)씨. 연극 ‘택시 드리벌’ ‘박수칠 때 떠나라’ ‘매직 타임’ 등으로 객석을 `뒤집어 놓은’ 그는 영화 ‘개같은 날의 오후’와 ‘3인조’의 시나리오로 충무로에 발을 들여놓은 뒤 ‘기막힌 사내들’과 ‘간첩 리철진’을 잇따라 연출했다.


최근 마무리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 중인 그의 세번째 영화 ‘킬러들의 수다’는 완벽한 살인을 추구하는 전문 킬러 4명과 저마다 다른 사연을 지닌 의뢰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신현준ㆍ신하균ㆍ원빈 등이 출연하며 10월 중순에 개봉될 예정이다.

`문화 게릴라’라는 별호답게 전방위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윤택(49)씨도 오랜 숙원이던 영화감독의 꿈을 뒤늦게 이루게 됐다.

데뷔작은 정동극장의 상설 레퍼토리인 자신의 대표작 ‘오구’로 죽음이라는 비극적 소재를 전통 굿의 형식을 빌려 해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씨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금 3억5천만원에 추가 제작비를 끌어모아 9월께 크랭크인에 들어갈 예정이다. 주인공에는 영화배우 하재영이 캐스팅됐다.

배우겸 연출가인 박광정(39)씨도 자신이 연출한 모노드라마 ‘진술’로 스크린진출 대열에 합류할 계획이다. 박씨는 브라운관에서 코믹 연기자로 잘 알려졌지만 연극 「마술가게」 「비언소」 「모스키토」 등에서 연기력 못지 않은 연출력을 과시해온 만능 재주꾼.

지난 5월 20일부터 동숭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진술’은 처남을 살해한 혐의로경찰서 조사실에 끌려온 철학과 교수가 독백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이로써 원작자 하일지씨는 ‘경마장 가는 길’과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에 이어 대표소설 3편이 모두 영화화되는 진기록을 남기게 됐다.

’칠수와 만수’ ‘장산곶매’로 이름난 중견 연극연출가 이상우(50)씨도 영화 ‘MT’로 늦깎이 데뷔한다.


이씨는 이미 ‘칠수와 만수’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 ‘죽이는 이야기’ ‘미인’ 등의 시나리오를 각색하거나 공동집필해 충무로가 낯설지는 않지만, 감독 데뷔작이어서 부담이 큰 탓인지 지난해 기획시대와 계약을 마치고도 아직까지 시나리오를 탈고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답게 살아보자고 의기투합한 조직폭력배들이 일반인들의 생활에 적응하기위한 MT를 떠났다가 포복절도할 소동을 겪는다는 것이 기둥줄거리.

현재 문예진흥원장을 맡고 있는 원로 연출가 김정옥(69)씨가 지난 87년 김지숙ㆍ유인촌ㆍ이혜영ㆍ박봉서 등 대학로 스타들을 내세워 영화 ‘바람부는 날에도 꽃은피네’를 감독한 이후 이처럼 중견 연출가들이 대거 영화감독 데뷔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종렬 연극협회 사무국장은 "지금까지 장르간의 배타성이 심해 연기자를 제외한 인력의 상호 진출이 제한돼왔으나 앞으로는 장르간 융합 추세에 맞춰 연출가들도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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