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실적 흑인청년 성장기 정화판 ‘보이즈 앤 더 후드’

2001-06-30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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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비 보이’(Baby Boy)★★★½(별5개 만점)

1991년 23세의 나이에 LA 사우스 센트럴에 사는 흑인 10대들의 절박한 현실을 충격적이리만큼 사실감 있게 묘사한 ‘보이즈 앤 더 후드’로 영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흑인 감독 존 싱글턴이 10년만에 다시 같은 동네로 돌아와 당시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있다.

여러 면에서 영화가 성숙됐으나 싱글턴은 지난 10년 새 할리웃의 때가 묻었는지 신선감이나 강렬성 그리고 가차없는 사실성 등이 데뷔작에 비해 부족하다. 영화가 말캉하니 온화한데(상소리와 욕지거리와 폭력에도 불구하고) 싱글턴(각본겸)은 마치 겁을 먹은 것처럼 소심하게 내용을 이끌어간다. 사실적 이야기를 다뤘는데도 때론 현실감이 결여된 듯 느껴지고 주인공들이 전과자이고 갱스터들이 나오는 데도 폭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것은 블가사의한 일. 마치 정화판 ‘보이즈 앤 더 후드’를 보는 것 같다.

20세난 조디(가수이자 MTV VJ인 타이리즈)는 직업도 없이 빈둥거리며 사는 건달로 아직도 엄마 와니타(A.J. 존스)와 사는 베이비 보이요 마마 보이. 신체 좋고 잘 생겨 여복은 있어 애인 이벳(타라지 P.헨슨)에 아들까지 있는데 또 다른 전애인에게선 딸을 낳았다.


성장하기가 두렵고 또 성장하기도 싫은 게을러빠진 조디는 미성숙한 어른. 그런데 아직도 젊은 엄마(36세)가 정원사인 거구의 멜빈(빙 레임즈가 알몸엉덩이까지 보여주며 묵직하고 다감하며 코믹한 명연기를 한다)을 애인으로 집에 들여놓으며 조디의 지금까지의 가내 위치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멜빈은 과거 갱 출신으로 전과자이나 개과천선한 남자인데 그가 와니타의 사랑(그리고 요란한 섹스)을 독차지하면서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조디와 충돌이 일고 마침내 조디는 쫓겨나다시피 집을 나간다.

조디는 자기 집에서 쫓겨날 뿐 아니라 그동안 사랑 때문에 모든 걸 참아왔던 이벳으로부터도 배척을 당하며 외톨이 신세가 된다. 유일한 친구는 성질 급한 스윗피(오마르 구딩-큐바 구딩의 동생). 한편 교도소에서 이벳의 전애인 로드니(랩가수 스눕 닥)가 출옥, 이벳의 아파트에 불청객으로 진을 치면서 조디와 로드니간의 폭력 대결이 벌어진다.

하나의 성장기로 싱글턴은 고무적이요 희망적으로 결말(서둘러 끝낸 인상이다)을 맺고 있는데 젊은 흑인 관객들에게 낙관적 분위기를 줄지는 모르겠으나 깊이 없는 너무나 쉬운 처리. 이 영화에서 볼만한 것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모두 다 잘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레임즈와 P. 헨슨 그리고 존스 등의 연기가 대단히 사실적이다. 상소리와 섹스 신이 너무 많은 것도 흠인데 이 영화를 보면 흑인들은 모두 상소리만 하고 섹스만 하며 사는 것 같다.

그러나 여러 결점에도 불구하고 문제성과 현실감 있고 코믹하며 또 로맨스와 눈물과 감정을 지닌 재미있는 영화다. 등급R. Columbia.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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