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이트를 매개로 한국과 일본의 두 청춘이 사랑에 빠진다.’
한일 합작 영화 <순애보>(쿠앤필름, 이재용 감독)는 컴퓨터를 통해 사랑이 이뤄지는 내용을 그린 색다른 멜로물이다. ‘컴퓨터 사랑’을 그려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접속>(97년)이 PC통신 사랑이었다면 <순애보>는 인터넷 사이트 주인공과의 만남이란 점에서 진일보했다.
지난 달 30일 <순애보> 첫 시사회에서 대부분의 반응은 ‘독특하다’로 모아졌다. 인터넷 사이트 주인공을 대상으로 한 사랑도 이색적이지만 그 사랑이 이뤄지는 과정도 감각적인 N세대 특성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한국의 동사무소 직원 이정재(우인 역)와 일본의 재수생 다치바나 미사토(아야 역)다. 두 사람 모두 답답한 일상에 절망을 느끼고 탈출구 만을 찾는다.
이정재는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를 헤매며 사랑의 대상을 찾는 걸로 탈출구로 삼는다.
다치바나 미사토는 좀더 극단적이다. 머리 속엔 온통 멋지게 죽는 생각 뿐이다. 결국 ‘날짜 변경선을 통과할 때 죽으면 자신이 언제 죽었는지 아무도 모를 거’라며 비행기표 값을 모으기 위해 ‘아사코’란 이름으로 인터넷 사이트의 주인공이 된다.
두 사람의 만남은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인연’에 관한 암시로 필연이 된다. 다치바나 미사토의 서울 수학 여행 기념 사진에 이정재가 등장하고, 이정재는 ‘아사코’라는 이름에서 피천득의 <인연>을 떠올리며 가슴 설렌다.
<순애보>는 독특한 재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정재와 다치바나 미사토의 평범에서 벗어난 천연덕스러운 모습과 엉뚱한 행동은 수시로 폭소가 터지게 한다. 특히 이정재는 ‘분위기 잡는’ 자신의 원래 이미지를 벗고 조금은 멍청한 동사무소 직원을 능청스럽게 표현해 연기에 물이 올랐음을 보여주고 있다.
본격적인 한일 합작 영화로 관심을 모은 <순애보>는 양국의 영상 기술이 한 작품에 녹아 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98년 <정사>를 연출한 이재용 감독은 한일 양국 스태프를 이끌고 각국의 특성에 맞는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어냈다. 9일 개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