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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스 구하기’(Saving Grace) ★★★★(별 5개 만점)
비현실적인 농담 같은 이야기지만 편안한 재미를 즐길 수 있는 코미디 드라마다. 사람이 극한상황에 처하면 못하는 일이 없다더니 멀쩡한 주부가 빚을 갚는다고 마리화나를 재배한다는 내용은 우화에 가까운데 영화가 매우 인간적이요 따스한 데다 위트와 유머와 드라마에 로맨스까지를 잘 섞어 낙천적인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다.
보통사람들이 비상한 상황에 처했을 때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풀 몬티’와 ‘네드 디바인 깨우기’같은 류의 영국영화로 대중에게 어필하는 매력이 있어 올초 선댄스 영화제서 관객상을 받았다.
영국 남서부의 그림처럼 고운 한 해변마을에서 넉넉하게 살던 가정주부 그레이스(블렌다 블레딘)는 남편이 자살하면서 수십만파운드의 빚을 넘겨받는다. 허구한날 동네 아주머니들과 티파티나 열고 온실에서 난초 가꾸기에만 전념하던 그레이스는 채권단에게 가재도구를 다 빼앗기고 아끼던 돌로 만든 근사한 저택마저 차압당하게 되자 그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태우면서 남편의 사진에다 대고 “망할 놈의 자식”이라고 원망을 한다.
이때 그레이스에게 빚갚을 묘안을 제공하는 자가 사람 좋은 정원사 매튜(크레이그 퍼거슨-영화의 공동제작자요 극본자). 자기가 몰래 키우던 품질 좋은 마리화나를 그레이스의 온실에서 대량 재배하자는 것이다.
이판사판의 처지에 놓이게 된 그레이스는 매튜와 함께 마리화나를 재배, 풍작을 이룬다. 그레이스와 매튜는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둘만이 안다고 믿고 있지만 마리화나를 유난히 즐기는 의사 밤포드(이 친구 클린턴 닮아 마리화나를 피지만 들여 마시지는 않는단다)와 경찰과 목사등 동네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밤마다 마리화나 성장을 촉진시킨다고 켜대 밤하늘을 휘황찬란하게 밝히는 온실 전기빛을 온 동네 사람들이 옥외에서 단체로 즐길 정도니까.
마리화나를 잘 키운 그레이스는 촌스럽게 짝이 없는 옷차림을 하고 런던으로 올라가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매매 흥정을 거는데 이 장면이 매우 우습고 재미있다. 이 장면과 함께 동네 구멍가게의 두 할머니가 마리화나차를 마시고 주정하는 모습이 배꼽을 뺀다. 여차여차해 그레이스는 거물급 드럭딜러인 프랑스인 자크(체키 카리오)를 만나게 되고 그레이스 집에 갱스터와 경찰과 채권자가 모두 들이닥치나 모두들 마리화나연기에 취해 플랜더스 화가들의 그림속 선남선녀들처럼 흥겹게 춤을 추며 막이 내린다.
‘비밀과 거짓말’(96)과 ‘작은 목소리’(98)로 각기 오스카 주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블렌다 블레딘이 세상물정 모르던 여인으로부터 현실적이요 용감하고 지혜로운 여인으로의 변신 연기를 우습고 영특하며 깊고 차분하니 잘한다. 그의 훌륭한 연기 때문에 동화 같은 얘기가 현실성을 얻는다. 블레딘 외에도 퍼거슨과 그의 연인인 어부닉키역의 발레리 에드몬드등 다른 배우들의 호감 가는 연기와 모습이 보기 좋다. 그리고 콘월 지방의 절경인 해변과 마을 모습을 잘 찍은 촬영도 아름답다. 감독 나이젤 코울. 등급R. Fine Line. 웨스트사이드 파빌리언, 선셋5, 모니카, 플레이하우스(패사디나), 타운센터(엔시노), 리도(뉴포트 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