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민주주의 소화 역부족인가

2026-06-09 (화) 08:10:01 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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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등장 1주년과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마친 뒷맛이 매우 씁쓸하다. 여야의 공천 내막과 국민들의 의사표현, 투표동향을 반추하면서 우리 민주정치에 대한 기대가 무너져 버린 허탈감이 엄습해 왔다.

그리고 이번 지선, 보선에 전현직 대통령 3명이 선거판을 휘젓는 실화를 목격하면서 우리 조야의 정치의식 수준이 얼마나 역겨운 오물통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가를 체험하는 기분이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목적이 뭔가. 지역주민의 안녕, 복지향상과 평등혜택, 인권보호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는 순수해야 할 선거판에서 당파싸움, 인신공격, 부정비리 폭로전, 심지어 자기 당 내분까지 끌어들이는 이전투구(진흙탕에 개싸움)장을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나서 이제는 이겼느니 졌느니, 네 탓이니 내 탓이니 사분오열 행패의 제2막이 열리고 있음을 우리 모두가 목격하고 있는 중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로서도 우리나라에 민주주의가 정책은 커녕 아예 존재하지 않는 나라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 같다. 민주국가라면 2등도 살고 3등도 살고… 그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1등만이 살고 1등만이 존재한다. 스타일만 다를 뿐 남한도 북한도 모두 일당 독재국가다.

북한은 노동당 이외에는 2등이 없다. 소수 정파의 이름은 있으되 생불여사(生不如死) 상태다. 한국에는 다수의 당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짓을 다 한다. 사법 행정, 경제 등 모든 제도를 마구 뜯어고쳐도 2등, 3등 야당 비판세력의 목소리는 들으려 하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나의 지적이 과민 탓인가. 아니다. 역대 독재자들의 강권통치와 현 집권당의 전횡을 반성해 보라.

우리 역사는 2백여 년간 왕권 통치 아래 살아왔다. 그 다음 일제 36년간 식민통치를 경험한 다음 곧바로 민주주의를 국시로 하는 헌법을 채택했다.
민주주의가 비견할 바 없는 최고의 현대적 정치이념이라고는 하지만 왕권 제일주의에 길들여진 우리 백성에겐 낯설고 어색하고 서툴 수밖에 없는 그런 제도이다. 우리 민족에겐 민주주의에 대한 수습기회가 전혀 없었던 셈이다.

의회 제도가 가장 발달했다는 영국과 일본은 민주주의 체제이면서도 입헌 군주제를 가미, 국왕이 나라를 대표하도록 명시해 놓고 있다. 우리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영친왕과 세자 이구의 귀국을 한사코 거부했다. 왕정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과도기가 없이 정치문화에 폭풍을 맞닥뜨린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어설픈 민주주의 사상을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이기에 국회의장 출마자들이 행정수반 대통령에게 충성맹세를 거리낌 없이 발표하는 슬픈 코미디를 연출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1등만 되면 최고라는 엉터리 자유민주 의식에서 1억 받은 야당 의원은 1년 징역형을 받았는데, 최고급 까르띠에 시계와 수천만 원대 뇌물을 받고도 없던 일로 돼버리며 대도시에 출마하여 거뜬히 시장으로 당선되는 희한한 현상이 빚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낮도깨비도 웃음을 터뜨릴 만큼 어이없는 투표용지 부족 사건도 공인들조차 국민 참정권의 가치를 전혀 모르는 무지에서 돌발한 해프닝이다. 정권퇴진 구호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상태다.

지금이야말로 전 민주당 대표 HQ(손학규)의 2등도 3등도 민중의 뜻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다당제와 1등만 살아야 한다는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는 막강권력을 분산하자는 이원집정제 주장에 모두가 관심을 모아야 할 때라고 건의한다.

지난 1년간 JM(이재명 대통령) 정부의 1년은 경제 외교면에서 ‘토’ 붙일 만한 내용도 많지만 대체로 “잘했다"라는 평가를 하고 싶다. 앞으로 JM의 과제는 극좌파들과의 확실한 선긋기이다. 지금과 같이 JM이 높은 국민 지지를 유지하려면 정동영 같은 노골적 친북 분국론 동조자들을 제거하고 정청래 등 당내 강경파 뒤에 숨어 정국 주도권을 끊임없이 공작하고 있는 김어준, 개딸 등과 확실하게 결별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JM의 통일정책 의지와 한미동맹 강화등 약속을 신뢰하고 응원할 것이다.

JM이 아직도 ‘공소취소’ 발상을 순간적으로나마 내비치기라도 한다면 그 자리에서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야당인 국민의힘의 일부가 윤석열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꿈꾸는 소란은 그들의 자멸 수순으로 분석한다. JM의 사법처리 현안은 덕치(德治)로, 국민의 이해로 풀릴 수 있다.
만일 불법개헌이나 변칙수단을 피했다가는 큰 화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571)326-6609

<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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