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8.3% 하락 7500선 붕괴
▶ 전문가들 “조정 없는 상승장 없어…7000 아래로 내려가야 추세 전환”
▶ 한미 금리인상 위험 요소 경계 속
▶ “반등땐 반도체 주도…사이클 여전”
한국 증시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정도로 급락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을 추세 전환보다는 과열 이후 나타난 단기 조정으로 해석했다. 미국 금리 상승 우려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 반도체주 급락이 한꺼번에 겹치며 투자심리가 위축됐지만 기업 실적 전망이 훼손된 것은 아닌 만큼 상승 추세 자체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장보다 676.18포인트(8.29%) 내린 7484.41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미국과 이란 전쟁 충격으로 코스피가 12.06% 폭락했던 3월 4일 이후 3개월 만이다. 코스피에서 하락한 종목은 876개로 2022년 최다 기록(891개) 이후 4년 만에 가장 많았다. 상승 종목은 43개, 보합은 3개뿐이었다.
일본 닛케이225(-3.85%), 대만 자취엔(-3.48%), 중국 상하이종합(-1.70%) 등과 비교해 아시아 주요 국가 중에서도 하락 폭이 월등히 컸다. 코스피가 올해 들어 상승률이 높다고 해도 급락장에서 번번이 휘청거리는 모습은 반복됐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이 기업 실적 악화나 경기 침체 우려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최소한 10% 수준의 조정 없이 상승한 장은 역사상 없다”며 “보통 30% 이상 조정이 나타나면 추세가 바뀌었다고 보지만 7000선에서 버틴다면 추세가 깨지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코스피 하단도 대체로 7000선 안팎에 집중됐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술적으로 고점 대비 20% 정도의 하락은 조정이라고 본다”며 “그렇다면 7300~7400선 정도가 1차 지지 구간이고 7000선 아래로 내려가야 추세 변화 여부를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 역시 “기간으로 따져보면 한 달 안팎의 조정이 이뤄질 수는 있다”면서도 “7000 초반 수준까지가 저점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시장 참가자들이 하반기 한국시장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제시한 변수는 금리였다. 이달 5일 발표된 미국의 5월 비농업 고용이 17만 2000명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자 미국 금리 인상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은 주가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도 발목을 잡을 요인이다. 또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세계 최대 규모인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증시의 자금이 쏠리는 것도 직격탄이 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 우려가 곧바로 상승장 종료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가 올라가더라도 한국 기업들의 펀더멘털 개선 추세가 강한 만큼 2분기 실적이 공개되면 다시 증시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에 따라 유가와 함께 금리도 내려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추세 전환 시점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쯤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한국 증시에서 21거래일 연속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올해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포트폴리오 내 한국 비중이 높아졌고 이에 따른 기계적 비중 조절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금정섭 한화자산운용 ETF본부장은 “외국인들은 펀더멘털이 훼손돼 매도한 게 아니라 오히려 실적이 좋아서 기계적 매도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선후 관계를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불거진 고환율과 유가 상승은 투자심리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외국인 매도세가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환율 급등이 다시 외국인 이탈 우려를 키우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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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박신원·김병준·장문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