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경, 재정 확대 안 하겠단 게 아니다”…양극화 해소 포석
▶ 배경엔 글로벌 위기·트럼프 2기 출범… 경제지표도 저조
▶ ‘적자 국채’ 발행 우려에 정부·여당은 “연초 추경 안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정책 목표인 '양극화' 해소를 재차 강조했다. 이를 위해 취임 후 줄곧 유지해온 '건전 재정' 기조를 탈피할 전망이다. 돈이 드는 '적극 재정'으로 방향을 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필요할 경우'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검토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가, 연초 추경을 염두에 두는 것이냐는 논란이 확산하자 "추경 자체는 논의나 검토를 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2일 통화에서 "추경을 포함한 재정 확대를 무조건 안 하겠다는 기조가 아니다"라며 "특히 양극화 해소라는 측면에서 추경이 필요하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건전 재정 기조라는 것을 유지하지만 좀 유연하게 접근하겠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임기 전반기에는 민간 주도 시장 중심 기조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면 후반기에는 양극화 타개로 국민 모두가 국가 발전에 동참하도록 할 것"이라며 "민생과 경제의 활력을 반드시 되살려 새로운 중산층의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적극 재정 기조는 글로벌 복합 위기에 따른 경기 부진이 배경으로 꼽힌다. 그간 수출 증가 등 일부 양호한 경제지표로 방어해왔지만, 안팎의 위기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양극화가 심화될 경우 백약이 무효라는 것이 대통령실의 고민이다. 경제지표마저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에 비해 0.1% 성장에 그쳐 연간 성장률 전망치(2.4%)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도 증가세 둔화 조짐이 뚜렷하다. 특히 두 달 뒤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면 수출이 더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여권에선 건전 재정 기조를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윤 대통령 임기 전반기에 국민의힘이 추경을 통한 내수 진작을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이 건전 재정을 고집하다 보니 시기를 놓쳤다는 불만도 나왔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건전 재정 원칙을 폐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취약계층 등을 위한 필요한 지원은 과감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추경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자 당정은 "논의를 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필요한 경우 재정 역할해야 한다는 일반론적 언급"이라며 "추경을 논의하거나 검토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여당도 공식적으로 추경을 부인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내년도 본예산 심의도 끝나지 않은 시점에 추경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들어 추경은 출범 첫해인 2022년 5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해 59조 원을 지원한 게 유일하다. 당시는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변화가 반영된 측면이 크다.
이후 건전 재정을 강조해 온 정부는 야권의 민생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편성 요구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왔다. 특히 내년도 예산을 심의하는 상황에서 벌써 추경을 거론하는 건 너무 이르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추경보다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정부가 '타기팅' 정책을 설계하고 그 정책을 추진하는 데 돈을 쓰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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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