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22일 북한의 파병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에 대공미사일 등을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SBS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러시아 측의 북한군 파병 대가에 대한 질문에 "취약한 평양의 방공망을 보완하기 위한 관련 장비와 대공미사일 등이 지원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실장은 "여러 경제적 지원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북한이 최근) 실패한 정찰위성 관련 기술, 그 외 여러 군사기술이 (러시아로부터) 들어오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위협에 대해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며 “실제 핵무기 사용은 굉장히 어렵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평가했다.
현재 북한군의 파병 현황과 관련해선 북한이 러시아에 장사정포 2개 여단 규모를 지원했고, 이들 무기를 운용할 병력으로 최대 4,000명의 장사정포병이 파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신 실장은 “10월 초부터 현재까지 150~160문 이상 2개 포병여단 규모의 장사정포가 러시아에 지원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러시아에는 없는 무기 체계이기 때문에 포만 줬다고 해서 운용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2개 포병 여단에 편제된 장사정포병이 다 (러시아로) 간다면 최대 4,000명이 된다”며 “계속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의 추가 파병 여부에 대해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확인된 바 없다”고 답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쐈다는 우크라이나 주장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라고 밝힌 미국, 러시아의 입장에 대해선 “누구 말이 맞는다고 단언하기는 외교적으로도 좀 어렵다”면서도 “미국 측 발표를 신뢰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푸틴 “우크라에 쏜 IRBM 요격 불가능”… 서방에 신무기 엄포
▶ “ICBM은 아니다” 직접 정정
▶ 미·영 장거리 미사일에 대응
▶ 미국 “핵탄두 탑재 가능할 듯
신 실장은 우크라이나 정부 특사단의 방한에 대해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방문하는 것을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상호 협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발사한 것은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었다고 밝혔다. 당초 알려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었다고 직접 정정한 것이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러시아에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한 미국·영국을 겨냥한 ‘보복성 조치’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로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부담을 느끼며 자제해 온 중·장거리 미사일 사용의 족쇄는 완전히 풀어졌다. 1,000일을 넘긴 전쟁도 점점 확전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 대국민 연설에서 핵탄두를 탑재하지 않은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시험 발사해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우크라이나 공군은 자국 드니프로 지역을 향해 러시아군이 ICBM을 발사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해당 미사일을 ‘헤이즐넛(개암)’을 뜻하는 러시아어 ‘오레시니크’라고 부른 뒤, “마하 10(초속 2.5~3㎞) 속도로 목표물을 공격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전 세계 그 어떤 최신 방공 시스템도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에이태큼스(19일)와 영국의 스톰섀도(20일) 등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잇따라 공격한 데 대한 보복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도 러시아의 IRBM 발사 사실을 확인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러시아가 발사 30분 전 ‘핵 위험 저감 채널’을 통해 발사 계획을 사전 통보했다며 “재래식 무기나 핵탄두를 실어 나르도록 개조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치명적 무력”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발사했다는 IRBM(사거리 3,000∼5,500㎞)은 러시아의 ICBM인 RS-26 모델에 기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거리는 ICBM(5,500㎞ 이상)보다 약간 짧지만, 하나의 미사일 본체에서 분리된 여러 개의 탄두가 서로 다른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체(MIRV)’ 기술이 적용됐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MIRV 시험에 우려를 표했다. MIRV는 다수의 대상을 동시 공격할 뿐 아니라, 요격이 쉽지 않아 적국의 방공망을 뚫기 쉽다. 핵전략 전문가 파비안 호프만 오슬로대 연구원은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서로 다른 목표물을 타격할) 여러 개의 탄두가 탑재 가능하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매튜 세빌 영국 왕립연합군사연구소(RUSI) 책임자도 AP통신에 “MIRV 능력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제공받은) 첨단 패트리엇 시스템도 방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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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