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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미와 협상 갈 데까지 가 봤다”… 트럼프와 선긋기?

2024-11-23 (토)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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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선 이후 첫 공식 반응
▶ “과거의 북 아냐” 대화 선그어

▶ 몸값 올려 주도권 선점 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협상으로 갈 데까지 가 봤다”며 내년 1월 들어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북미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표면적으로는 선을 그었지만, 속내는 ‘몸값 올리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세 차례 만나 남다른 ‘브로맨스’를 과시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새 행정부의 반응을 탐색하고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엄포라는 것이다.

22일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 연설에서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으로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다”며 “결과로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정책이었다”고 강변했다. 또 “한반도에 조성된 정세는 ‘상대에 대한 오해’로 빚어진 것이 아니다”라며 북한의 핵무력 노선은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미국 대선 이후 사실상 북한이 트럼프 새 정부를 겨냥해 발표한 첫 공식입장이다. 국제 정세 불안의 책임은 미국과 동맹국에 있고,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해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처럼 ‘비핵화 협상’을 전제로 한 대화는 없을 것임을 확실히 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당과 정부는 그 어떤 경우에도 자기 국가의 안전권이 침해당하는 상황을 절대로 방관하지 않을것이며, 우리 손으로 군사적 균형의 추를 내리우는 일은 영원히 없을 것임을 다시금 분명히 한다”고 못 박았다. 향후 트럼프 정부와 대화를 재개하더라도 북한은 ‘비핵화’가 아닌 핵 보유국을 전제로 ‘군축 대화’에 나서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결국 ‘과거와 같은 북한은 없다’는 메시지로 트럼프를 압박한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트럼프 2기 정부가 자신들과 협상을 하고 싶으면 엄청난 ‘진입(엔트리)’ 비용이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라며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적대시 정책 철회의 담보를 최대치로 높인 상황에서 (미국이 과거에 제시한) ‘빅딜’은 불가능하고 그런 협상은 안 하겠다며 선을 그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러시아라는 뒷배 덕에 급할 것 없다는 북한의 속셈도 담겼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북러 관계는 ‘혈맹’ 수준으로 격상된 상황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의 첨단무기 개발, 국방과학기술 발전, 이를 토대로 한 종합적인 핵무력 강화는 대미 억제력과 함께 협상력을 제고하는 데 크게 도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북한은 최신 무기를 공개하며 대미 억제력을 과시했다. 공개한 사진을 보면 연단을 기준으로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 240mm 갱신형 방사포, 초대형방사포 등이 중심에 배치돼 있고, 극초음속미사일 ‘화성-16나형’, 지난달 31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과 지난해 4월 발사한 ICBM ‘화성-18형’ 등이 줄줄이 놓였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무기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일부는 이미 전장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세르게이 쇼이구 당시 러시아 국방장관 방문 당시 ‘무장장비전시회-2023’을 참관했는데 그때도 대러시아 지원 가능성을 염두에 둔 쇼케이스 성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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