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대 유색 인종 진보 여성 對 70대 백인 보수 남성’간 매치
▶ 해리스, 바이든 사퇴 이후 상승세…7개 경합주 표심 집중공략
▶ ‘피격’ 트럼프. 정체성 공세·이민 문제 내세워 ‘정권 심판론’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로이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일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결정됨에 따라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대진표가 마침내 확정됐다.
당초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로 일찌감치 굳어지는 듯했던 이번 대선은 지난달 21일 바이든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낙마로 상황이 급변하면서 어느 대선보다 드라마틱한 곡선을 그리며 전개되고 있다.
선거일을 채 100여일도 남겨놓지 않고 해리스 부통령이 바통을 넘겨받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결에 나섬에 따라 이번 대선은 결과적으로 유색인종과 백인, 여성과 남성, 50대와 70대, 진보와 보수 등 여러모로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선거로 치러지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6월 27일 첫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고령 리스크를 그대로 노출한 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까지 겹치며 민주당은 그간 대선 레이스에서 패배 우려의 먹구름 속에 침체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의 등장으로 대선판 자체가 새롭게 짜인 뒤 민주당은 심기일전의 모습을 보이며 심상치 않은 기세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 스스로 "대선 경쟁의 모멘텀이 변화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언급할 정도다.
로이터 통신과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가 지난달 26~28일 미국의 성인 1천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해리스 부통령은 43%의 지지를 받아 트럼프 전 대통령(42%)을 오차범위(±3.5%) 내에서 앞섰다.
레드필드앤윌튼 스트래티지가 미국의 성인 1천7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은 45%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43%)을 2%포인트 앞섰다.
블룸버그와 모닝컨설트가 7개 경합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은 미시간과 애리조나, 위스콘신, 네바다 등 4개 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앞서며 기세를 올렸다.
민주당은 해리스 부통령이 불러온 대선 열기가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선 도전 당시 상황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뜨겁다고 평가하고 있다.
공화당은 그러나 이 같은 상승세를 일종의 '허니문 효과'에 불과하다며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여전히 다수의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앞서고 있다는 게 공화당의 주장이다.
또 공화당은 대선까지 3개월 넘게 남은 시점에서 민주당과 해리스 부통령이 현재와 같은 기세를 계속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장담하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엇갈린다.
대선에 임박해 지지층이 확실히 집결할 경우 결국 경합주 판세가 전체 선거 판도를 가를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가운데, 경제 및 국경 문제 등을 내세워 미국의 저류인 백인 중하층의 정서에 호소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저력이 결국 먹혀들 것이라는 분석과, 바이든 대통령에게 실망한 중도와 유색인종, 젊은 층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몰릴 경우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혼재하는 상황이다.
다만 1984년 이후 10차례의 미국 대선 중 9차례의 결과를 맞힌 '족집게' 역사학자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대 석좌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대권 13개 열쇠' 모델을 근거로 해리스 부통령의 승리를 예상한 바 있어 주목된다.
해리스 부통령 측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패인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전략적 목표 하에 이번 대선이 단순히 '젠더' 혹은 인종 대결 구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류의 정점에 섰던 클린턴 전 장관도 넘지 못한 '여성'이라는 유리천장과 유색인종이라는 제약을 동시에 넘어서야 하는 해리스 부통령의 입장에선 이것이 기회이자 한계인 양날의 검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인종 공격에 불을 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전미흑인언론인협회(NABJ) 행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을 인도계로만 내세우다가 몇 년 전 갑자기 흑인 행세를 하고 있다면서 "그녀가 인도계냐 흑인이냐"라고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공화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경제 및 국경 문제를 부각해 바이든 행정부 실정론을 공격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의 공동책임론을 펴고 있다.
반면 민주당과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선거를 민주주의와 독재의 구도로 규정,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미국의 민주주의 자체가 존립 위기에 서게 된다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보수 우위로 재편된 대법원이 폐지한 낙태권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애리조나와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를 중심으로 전면적으로 이슈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 고령 문제 및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도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다.
50대인 해리스 부통령은 이미 세대 교체론의 깃발을 꺼내든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령이 문제가 될 경우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해리스 부통령에게 인지력 테스트를 제안하는 등 고령논란 차단에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4차례 형사 기소와 1건의 유죄평결로 커지고 있는 사법 리스크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대통령 재선을 막기 위한 정치수사이자 표적수사라는 점을 부각하며 지지층 결집의 지렛대로 역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검사 경력을 전면에 내세운 해리스 부통령의 반격도 점차 날카로워지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부통령 구도 역시 향후 대선 승패를 가를 변수 중 하나로 분류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스트벨트(미국 오대호 인근의 쇠락한 공업지대)인 오하이오주의 '흙수저' 출신 J.D. 밴스 상원의원을 이미 부통령 후보로 낙점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유색인종이자 여성, 진보라는 자신의 한계를 보완해 줄 러닝메이트를 오는 5일 이전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조시 셔피로 주지사의 낙점 가능성이 힘을 얻는 가운데 마크 켈리 상원의원(애리조나),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앤디 버시어 켄터키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등도 후보로 거론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