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글로벌 이슈] 강경보수 대통령 탄생한 이란

2021-06-21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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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 협상 조건 더 복잡해져, 이스라엘은 “핵 야욕” 비난…푸틴·에르도안은 축전 보내

[글로벌 이슈] 강경보수 대통령 탄생한 이란

이란 대선에서 보수강경파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가 압도적으로 당선된 가운데 19일 지지자들이 그의 사진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강경 보수 후보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61)가 당초 예상대로 압도적 지지 속에 당선이 확정됐다. 서방에 우호적인 하산 로하니 현 대통령과는 달리, 미국 등에 적대적인 대외 노선을 걷는 그가 승리하면서 서구 사회의 대이란 관계에도 먹구름 이 끼게 됐다.

이란의 핵 보유를 막으려는 미국과 유럽 등의 협상이 강경파 정권을 상대로는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다시 시작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이란 내무부는 13대 대통령 선거에서 라이시 후보가 1,792만6,345표를 얻어 62%의 지지율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경쟁 상대로 꼽혔던 개혁파 압돌나세르 헴마티(242만7,201표·8.4%) 후보와는 압도적 격차다. 당선인의 공식 취임은 오는 8월 중순이다. 임기는 4년으로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라이시는 중동의 대표적 반미 이슬람 국가인 이란 내에서도 대표적인 강경 보수 성향 인물로 꼽힌다. 보수를 대표하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측근인 데다, 최고지도자 사망 또는 유고 시 후임을 결정하는 권한이 있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부의장이기도 하다.

라이시 당선으로 향후 이란과 미국의 마찰은 불가피하게 됐다. 그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강력한 이란을 위한 대중 정부’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미국의 제재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경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당장 라이시 자신부터 1988년 정치범 대규모 사형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2019년부터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미국 정부 제재 대상이었던 인물이 새 이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건 처음이다.

이번 대선 결과가 2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재개되는 이란 핵합의의 변수가 될지도 국제사회의 관심사다. 이란 체제상 국가 중요 안보·외교 사안 결정권은 대통령이 아닌 최고지도자에게 있는 만큼, 일단 협상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란 역시 그간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국제사회의 진영 간 희비도 엇갈렸다. 서방과 대립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라이시에게 축하 메시지를 각각 보내며 새 정부 출범을 환영했다.

반면, 중동 지역의 유일한 비공식 핵보유국이자 역내 최대 적성국인 이스라엘은 그가 핵무기 개발에 전념할 것이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테헤란의 도살자’로 알려진 이란의 새 대통령은 이란인 수천 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며 “이란 정권의 핵 야욕과 글로벌 테러에 전념할 것”이라는 논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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