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그리움

2016-11-19 (토) 01:23:35 임무영
크게 작게
내가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건 / 그대 내 생각 하고 계신거죠 / 흐리던 하늘이 비라도 내리는 날/ 지나간 시간 거슬러 차라리 오세요 /

故 이영훈씨가 쓴 ‘기억이란 사랑보다’라는 이문세 노래다. 작년 이맘때였는지 운전하다가 문득 듣게 된 노래였는데, 눈물이 났다. 그날도 요즘처럼 하늘이 눈부시게 예쁜 가을날이었던 것 같다. 이젠 좋을 걸 봐도 주책스럽게 눈물부터 나는 나이가 된 걸까. 올해처럼 단풍이 화려하게 물든 가을이면 더더욱 그렇다. 빨갛고 노랗게 물든 거리를 보면 행복하다가도 갑자기 마음 한켠이 아려온다. 보고 싶은 사람들, 너무 빨리 내 곁을 떠난 사람들 생각에 눈물이 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나를 우울하게만 내버려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 지나온 삶이 어땠는지 되돌아보게 하고, 또 앞으로의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관한 고민도 하게 해준다. 사람들이 말하길,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내가 손에 쥐고 갈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오직 사랑했던 기억만이 남는다더니, 생각해보면 남들과 함께 행복을 나눈 시간들이나 기억이 남을 뿐, 진정한 내 것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


그런 생각이 들면 정신이 번쩍 들면서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하려 노력하고, 가족들과도 좀더 추억을 만들며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도시락 싸주는 게 너무 귀찮지만 어느날부터는 도시락을 싸던 기억조차 잊을지 모르고, 아이들이 전화만 해줘도 ‘너무 고맙다’를 연발하시는 내 친정어머니처럼 나도 그러고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그 순간이 다시 안올 귀한 시간이니 즐기라고 말해주시던 어른들이 야속했다. 힘들어 죽겠는데, 뭘 즐기라는 건지. 하지만 지금 되돌아보니 정말 그 말이 꼭 맞았고, 앞으로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아닌가. 과연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지금 내 상황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사는 것만이 ‘투자대비 최대효과’를 얻는 길이라 여겨진다.

쌀쌀한 날씨에는 따뜻한 차 한잔마시며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길가에 핀 꽃 하나에 눈길도 주면서 조금은 느릿느릿 산다면, 남은 내 삶이 더 아름답게 채워질 것 같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고 한 시인 류시화처럼, 내 주위 사람들을 늘 그리워 하는 마음으로 사랑하며 살아가고자 희망하는 눈부신 가을날이다.

<임무영>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