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머니 사랑해요! 감사해요!”

2016-05-11 (수) 김재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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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고생 고생해서 돈 벌어놓으면 갖다 쓰는 재주밖에 없는 남편, 우리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는 젊어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 아버지는 워낙 정치를 좋아해서 심심치 않게 어머니에게 선거 빚을 넘겨주시곤 하셨다. 어머니는 그 빚 갚느라고 안 해보신 일이 없으셨다. 조그만 가게도 하셨고, 식당과 여관도 경영하셨다. 뒤뜰에 돼지를 여러 마리를 치기도 하셨다.

이런 어머니의 내조 끝에 아버지는 드디어 시의원에 당선되셨다. 이제 위원님 사모님으로 호강하실 줄 알았는데 웬걸...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대접하는 일에 눈코 뜰 사이가 없으셨다. 아버지의 정치적 야망은 날개를 달고 국회의원의 꿈을 펼치실 즈음에 접으셔야만 했다. 그만 4.19가 일어나 데모대에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다섯 아들들의 양육과 교육은 전적으로 어머니의 몫이었다. 우리 어머니 고생의 클라이막스는 다섯 아들이 몽땅 중고등 학교에 다닐 때였다고 생각된다. 우리 집은 매일 아침 학교가기 전에 마치 전쟁터와 같았다.

거센 아들들 다섯이 하나같이 돈 달라고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철없고 고집 센 아우들은 사생결단 하고 졸라댔다.


엄마! 등록금 줘요. 학급비 가져가야 해요! 오늘 체육복 사야 돼. 과제물 살 돈 주세요! 미술도구, 소풍비, 수학 여행비... 교복 사주세요... 책값 주세요. 수재의연금도 내야 하구요...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길거리에 쓰러져 낯선 대학생의 등에 업혀서 집에 오셨다. 얼굴은 창백하셨고 눈은 감은채로 몸을 가누지 못하셨다. 엄마! 어디가 아픈 거야? 물어도 대답이 없으셨다. 자리에 누운 어머니는 여태 꼭 쥐고 있던 주먹을 펼치셨다. 그 연약한 어머니의 손 안에는 만 원짜리 몇 장이 꼬깃꼬깃 접혀 있었다. 그 돈이 어디서 났는지? 난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어머니의 팔소매를 걷어보았다. 하얀 팔뚝 안쪽 혈관에 선명하게 찍혀 있는 주사바늘 자국을 보았다.

집에서 멀지 않는 적십자 병원 혈액원에서 어머니는 당신의 피를 팔아 아들들에게 줄 돈을 만들어 오셨다.우리 형제들은 이런 어머니의 헌신으로 대학교육까지 받을 수 있었다.

오! 어머니! 우리들의 사랑하는 어머니! 그 사랑과 그 생명 바친 기도와 헌신이 아니었다면 아들들이 어떻게 목사로, 사업가로, 의사와 대학 총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오늘 우리 아들들은 전적으로 어머니의 생명으로 살았다.

‘하나님! 불쌍한 우리 한국 엄마들 천국에서 따뜻하게 품어주세요! “어머니 사랑해요! 감사해요!’”

<김재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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