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멈추지 않는 IS테러

2016-03-30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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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 국가(IS)의 연쇄 테러 공격은 전 세계를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이들은 말한다. “십자군의 제트기가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의 무슬림을 지금도 밤낮으로 폭격하고 있다. 이들 서방은 이슬람 사원과 학교, 병원을 파괴하고 어린이와 여성, 노인들을 죽였다.”

이들이 거론하는 십자군 전쟁은 11세기 말경 기독교와 이슬람간의 전쟁이었다. 기독교와 이슬람이 수차에 걸쳐 예루살렘 탈환을 목표로 벌인 이 전쟁은 급기야 양측간의 신의 이름을 건 종교전쟁으로 비화되면서 엄청나게 많은 인명피해를 양산했다.

그 과정에서 싹튼 무슬림의 기독교에 대한 증오심과 적대감은 1,0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계속 남아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지난 주 부활절 때 파키스탄 공원에 모인 기독교인들을 노린 이슬람 무장세력의 자살폭탄 테러로 최소 70여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부상당한 사건이 그 한 예다.


이들은 무슬림과 자신들을 제외한 모든 세계인을 다 적으로 간주하고 특히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학살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들에 의해 지난 2년간만 프랑스 파리 시사주간지 테러에 이어 파리, 벨기에 등 전세계에서 대규모 테러가 29건이나 일어났는데, 이 때문에 죽은 희생자만 650여명에 달하고 있다.

이제는 유럽국가들도 난민속에 섞여든 테러집단의 이러한 만행으로 국경을 폐쇄하는 상황으로 돌아갔다. 유럽은 ‘국경간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는 솅겐조약을 체결했으나 이제는 다시 ‘조약은 유지하되 극렬 이슬람은 제외해야 한다’면서 다시 빗장을 걸어 잠그는 지경이 되었다. 이로 인해 갈 곳 없는 난민들이 문이 굳게 잠긴 국경 앞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울부짖고 있다.

로마의 폭군 네로황제가 수많은 인물을 살상하는 것을 보다 못한 한 집정관이 네로를 죽이려고 하였으나 발각되자 네로는 “네가 왜 나를 죽이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그가 “당신의 패악은 도저히 치료방법이 없어서 그랬다”고 답한 것처럼 이제 IS는 정말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는 것인가.

잡초는 밤에 더 자란다고, 낮에 뽑아도 밤에 자라는 잡초를 밤낮으로 폭격해도 안 되는 이들의 근본 조직을 대체 무슨 수로 뿌리 뽑는단 말인가. 이는 세계 각국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이다. 이들이 언제 어느 때 또 우리를 공격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벌인 파리, 브뤼셀 테러가 미국본토를 공격할 예행연습이라는 설이 벌써부터 나오고, 파리 테러범들이 특히 벨기에 핵시설공격까지 계획했다는 정황이 포착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핵시설을 파괴하면 그 여파와 후유증은 얼마나 무서운가. 원전사태로 인한 방사능 노출로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동식물도 살지 못할 만큼 유령도시가 된 구소련의 체르노빌과 일본의 후쿠시마 등을 보면 핵시설파괴의 여파가 어느 정도인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IS의 만행은 설령 바다 밑바닥에서 수목이 자라고 산꼭대기에서 해초가 돋아나는 날이 올지라도 끝이 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1,000년전 십자군 전쟁 때 그들은 예루살렘 탈환을 위한 전쟁을 벌였는데, 대체 오늘날은 무엇을 위해 계속 이처럼 끔찍한 만행을 저지르는 것인가.

3,000여명의 사망자와 수많은 부상자, 엄청난 액수의 경제적 손실을 내고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아픔과 상처가 남아 있는 9.11테러. 그 비극적 참상을 겪은 우리들로서는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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