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래를 위협하는 로봇

2016-02-20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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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는 사회에 문명이 도입된 건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문명(文明)이란 고도로 발달된 인간사회와 문화를 일컫는데 여기에 한 축을 긋고 있는 것이 컴퓨터다. 컴퓨터가 발명된 건 채, 1세기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은 컴퓨터 없이는 돌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되어 있다. 이러다간 인류가 컴퓨터의 노예가 되지 않을까.

컴퓨터가 주축이 돼 발달된 IT(Information Technology)산업은 이제 세계를 주름잡게 됐고 이에 뒤질세라 개발되고 있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프로그램은 앞으로 문명이 인간을 삼켜버릴 수도 있는 시대가 도래 할 수 있음을 시사해 준다. 그것은 인간지능로봇이 수많은 직업군을 대체할 수 있기에 그렇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의 전망에 의하면 앞으로 2050년엔 로봇이 전체 제조업 업무의 45%를 담당하게 되며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로봇이 미국의 전체 일자리의 50%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다간 인간이 만든 로봇에 의해 인간들 스스로가 비참에 빠져 허우적대는 결과가 오지 않을지? 인간무능시대다.


IT산업의 최고봉에 서 있는 구글(Google)은 2014년 딥마인드(DeepMind)란 회사를 인수했다. 딥마인드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과 신경과학기술을 활용해 알파고(AlphaGo)란 컴퓨터바둑프로인공지능을 개발했다. 2014년 10월 알파고는 중국계 프로기사 판후이2단과의 5국대결에서 모두 승리했다. 컴퓨터가 인간을 이긴 거다.

이에 구글에선 새로운 바둑대결을 내 놓았다. 이세돌 9단과의 5국 대결이다. 오는 3월9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알파고와 이세돌과의 대결에서 이긴 팀 상금은 100만 달러다. 구글에선 알파고의 승률을 50대50으로 보며, 이세돌은 자신이 이길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이 대결에서 이세돌이 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을는지 궁금하다.

아무리 스마트로봇인 인공로봇이 수많은 일자리들을 가져간다 해도 그들조차도 크게 건드리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 감정이입, 직관력, 사회적 상호작용을 요구하는 직업군이다. 거기엔 성직자와 의사 및 심리학자 등이 속한다. 아직도 인공지능 개발상황이 감정이 오고가는 관계성립과 생사가 엇갈리는 의술에만은 닿아있질 않나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상상해 본다. 로봇이 교회에서 설교를 한다. 사람들이 로봇의 설교를 듣는다. 과연 로봇은 어떤 설교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듣는 교인들은 어떻게 로봇의 설교를 받아들여야 할까. 믿음과 신앙이 들어있지 않는 로봇이 과연 교인들에게 살아있는 말씀으로 인격적인 설교를 하고 감동과 은혜를 줄 수 있을까.

정말 이대로 가다간 신앙과 믿음까지도 로봇에 주입되어 전파되는 건 아닌지. 작은 칩 하나에 주입된 신앙 교리로 로봇이 교인을 인도하는 세상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로봇 천지가 되는 것일 게다. 이대로 인공지능이 계속 개발된다면 사람의 마음과 감성까지도 이용하여 로봇에다 사람을 맞추어야 할 시대가 도래될 수도 있음에야.

1997년 5월 IBM의 슈퍼컴퓨터인 딥 블루가 세계 체스 쳄피온인 러시아의 가리 카스파로프와의 대결에서 이겼다. 체스 팬들은 경악했다. 그러나 컴퓨터는 바둑에선 한 번도 사람을 이긴 적이 없었는데 지난해 10월 사상 처음으로 판후이가 알파고에 졌다. 다음 타자로 나선 이세돌. 인간의 자존심을 걸고 알파고와 대결해야 한다.

지금 세상은 성에너지를 디지털화하여 접속되는 사이버 섹스 등 인간의 감성까지 마비시켜 들어가는 3차원의 컴퓨터산업을 활발히 개발하고 있다. IT산업과 AI개발. 미래를 위협하는 로봇. 인간과 로봇과의 전쟁은 이미 시작된 건가. 인간의, 인간에 의해, 인간을 위해 발명된 문명으로 인간은 스스로 와해돼야 하나. 그건 아니겠지.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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