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통하는 리더가 되자

2016-01-08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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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0여년전 고대중국 한나라 문제에게 가의라는 신하가 있었다.

가의(賈誼, 기원전 201년~기원전 168년)는 낙양 출신으로 20세에 최연소 박사가 된 인물로 당대 최고의 문장가였다. 가의가 건의한 치안책은 문제의 통치에 큰 영향을 주었다. 고조가 정한 농지의 조세를 반으로 감축하고 만년에는 토지세를 폐지했을 뿐 아니라 진 이래의 악법인 연좌제와 신체에 고문을 가하는 육형을 폐지하였다.

가의의 이름이 지금도 정치인과 문인들에게 오르내리는 것은 그 유명한 과진론(過秦論) 때문이다.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가 범한 잘못을 비판해 과진(過秦)이라 했다.


과진론 상편에서는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한 형세와 그후에 멸망한 주요원인을 총괄적으로 논하였다.

중편에서는 시황제의 정확한 정책 결핍과 그 뒤를 이은 호해가 그 전철을 밝으면서 아무런 개선도 하지 않았음을 분석했고 하편은 진나라 정권이 위급한 때에 군주인 자영은 이를 일으켜 세울만한 능력이 없음을 설명하였다. 그는 가혹한 형벌과 법률로는 백성을 다스릴 수 없고 진왕조가 아무리 강대해도 잔인하고 포악하여 민심을 잃는다면 필연적으로 전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특히 가의는 진을 멸망으로 이끈 가장 큰 원인의 하나로 ‘위아래의 언로(言路)가 막히면 나라를 망친다’ 고 했다. 사마천은 사기(史記)의 ‘진시황 본기’ 말미에서 이 과진론의 전문을 인용했다. 이는 소통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는 한의학에서 ‘ 통즉불통(通則不通) 불통즉통(不通則痛)’ 이다. 통하면 안 아프고 안 통하면 아프다, 즉 병이 들었다는 것은 기가 막혀 통하지 않는 상태인 것이다.

우리 몸안의 기가 원활하게 흐르지 않고 군데군데 막혀있으면 몸 구석구석 안 아픈 데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에서도 언로가 막히면 기의 흐름이 끓어져 사회는 불통의 시대로 가게 된다. 리더가 자신의 귀에 달콤한 말만 들으려다가는 소통이 단절되어 그 사회는 끝장나게 마련이다.

이렇게 바른 말만 하던 가의는 한왕조의 중앙집권화 정책을 건의했고 이로 인해 수구파 관료들의 미움을 받아 결국 그는 25세 나이에 장사로 좌천되고 만다.


얼마 전 이 ‘가의’란 이름을 허난설헌의 생애를 다룬 책을 읽다가 발견하고 반가웠던 적이 있다.

조선 최고 여류시인 허난설헌은 시 ‘갑산으로 가는 오라버니께’ 라는 시에 그의 이름을 인용했다. ‘멀리로 귀양 가는/ 갑산 나그네여, / 함경도 길 가느라/ 마음 더욱 바쁘겠네/ 쫓겨나는 신하야/ 가의(賈誼)와 같겠지만/ 쫓아내는 임금이야 어찌 초나라 회왕 같으랴...’조선은 물론 중국과 일본에서도 이름을 알 정도로 주옥같은 시를 남긴 허난설헌은 작은 오라비 하곡이 당파 싸움 끝에 갑산으로 귀양 가자 이 시를 지었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의 여동생이기도 한 허난설헌은 귀양 간 하곡이 객사하고 난 뒤 본인도 27세에 요절한다.

다행히 가의는 다시 중앙에 소환되어 문제의 막내아들 유읍의 태부가 된다. 그러나 모시던 유읍이 낙마로 인해 죽자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마음이 병들어 이듬해인 33세에 죽고만 아까운 인물이다. 붉은 원숭이의 해 병신년(丙申年)을 시작하면서 고대 중국의 한 천재 학자가 든 소통의 문제를 말하고 싶다.

리더는 소통의 문제에 늘 신경을 써야 한다. 귀에 좋은 말만 들으려 하지 말라, 쓴 소리도 담아두어야 약이 된다. 무릇 한 국가나 단체의 리더는, 대통령, 공무원, 단체장, 회장이나 사장, 반장은 위아래, 서로, 상호간 소통해야 한다. 부부를 비롯 가정에서도 언로가 막히면 부정적 관계가 악화된다.

올해에는 뉴욕한인사회에도 너와 나, 가족, 이웃, 단체와 사회 전반에 걸쳐 소통이 잘 되어 아프고 힘들고 고통스런 일들이 모두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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