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직은 아이를 가슴에 묻을 수 없다”

2015-12-19 (토) 박미경(편집실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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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빼시고 이념 빼시고 다 빼고 사람 좀 찾아주세요. 9명 사람 좀 찾자고요”
단순한 사고로 끝나버릴 수 있는 일이 사상 초유의 참사로 번져버린 지 600여일이 지났다. 그 세월동안 참사로 사랑하는 아들, 딸, 가족을 잃은 유가족은 안타까운 피해자에서 눈엣가시같은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다. 진상규명과 미수습자를 찾아달라는 외침에 사람들은 “이제 그만해라” “지겹다” 며 따가운 눈총을 보낸다.

이번주 사흘간 세월호 청문회가 열렸다. 제3자의 입장에서 지켜본 이번 청문회의 소감은 결론부터 말하면 참담함, 비통함 그 자체이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증인 모두가 책임을 전가하며 잘못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며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청문회 첫날 당시 구조에 나섰던 박상욱 당시 목포해경 123정 승조원은 “애들이 철이 없어서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다”고 발언해 유가족과 지켜보는 이들을 분노케 했다. 오죽하면 박경장의 이같은 발언에 세월호 의인인 파란바지 김동수 씨가 자해하는 일까지 생겼을까.


둘째날 역시 ‘모르쇠’와 말 바꾸기로 일관했다. 증인으로 나온 김석균 전 해경청장은 구조인원 500명 동원이 전국에서 사람을 끌어 모은 것이지 다 잠수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결국 당시 최대 구조인원라며 언론 플레이하며 희망을 갖고 바라봤던 모든 이를 기만한 것이었다. 더욱 기막힌 발언은 일본에서는 세월호와 같은 크기의 배가 기울어졌을때 선장이 끝까지 남아서 구조를 했는데 우리는 선장이 먼저 탈줄하는 바람에 그 희생이 더 커진 것이라며 선장 탓을 하기도 했다.

셋째날 증인으로 출석한 민간 잠수사들은 희생자들의 시체가 선내에서 서로 엉켜있었으며 잠수사 한명 한명이 희생자들을 떼어서 나왔다며 그로인해 트라우마까지 생겼다고 했다. “마지막까지 수습하지 못해 유가족에 미안하다.” “우리는 잠수사 이기전에 국민이다. 그래서 간 것이다. 애국자나 영웅은 아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왜 우리가 쫓겨나야했는지 묻고싶다. 그 자리에 있던 공무원들은 왜 기억이 안나는지, 상황을 정확히 얘기해달라. “라며 절규 하였다. 결국 사흘간의 청문회는 “기억이 안난다” 는 답변회피, 변명 그리고 유가족의 분노와 눈물로 끝이났다.

영화 소수의견을 보면 검사가 “국가는 누군가의 희생과 누군가의 봉사로 돌아간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못한채 징역형을 선고 받는다. 진실은 아무것도 인양되지 않았다. 누군가의 희생이 아무 죄도없는 304명 영혼들의 희생이 되어서는 안된다. “정치 빼고 이념 빼고”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우리 미래를 위한 안전사회 건설의 첫걸음이다. 그때까지는 고 정동수군의 아버지 정성욱씨의 말처럼 “아직은 아이를 가슴에 묻을 수 없다”

<박미경(편집실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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