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역설

2015-12-02 (수) 신민<뉴욕가정상담소 무지개의 집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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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잘 아는 이의 이야기이다. 그는 50 평생을 “나누는” 삶을 실천했었단다. 그것도 아주 일관되고 확고하게. 그래서, 어려서는 유복한 집안에 공부 잘하는 친구들하고만 놀고, 사회에 나와서는 나름 잘나가는 사람들하고만 사귀게 되었단다. 그렇다고 아주 인정이 메마른 건 아니어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면 눈물을 흘리긴 했지만, 다가간다는 것은 거의 문화적 충격 수준으로 감당하기 벅찬 상상에서 머물러있었다.

단적으로 말해서, 남에게 피해만 안주면 된다는 주의의 자기중심적인 삶을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한다. 그렇게 비록 아주 작지만 자기만의 기준에 맞는 사회를 만들어 놓고 그 보이지 않는 섬에서의 안락하고 건강하고 즐거운 생활을 죽는 날 까지 누리리라 계획하면서.

너무나 뻔한 각본이지만, 그래도 다행히(?) 그 계획엔 차질이 생겼다. 자신있게 시작한 새로운 일이 수년간 고전하게 되면서 돈과 건강을 모두 차츰 잃게된 것이다. 그렇게 “down and out”의 바다에 빠졌을 때, 섬으로 빨리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조바심도 있었지만, 그러기엔 심적 에너지가 너무 부족했다. 그때 오히려 힘 없는 자신에게 힘이 되어 준 것은 지인의 꾸준한 권유에 대한 예의로 시작한 아주 작은 자원봉사활동을 통해서 알게된 남들의 어려움과 그 속에서 희망을 찾아 노력하는 그들의 꿋꿋한 의지였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자원봉사를 하던 비영리단체에서 얼마전 부터는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면서 말한다, 매일 감동할 수 있는 정말 특별한 직장이라고. 종종 절박하고 위급한 상황에 대처해야 하지만 그 뒤엔 거의 언제나 아주 뭉클하고 따뜻하고 뿌듯한 그 무엇이 가슴을 두드린다고.

덧붙여 그는 말한다. 황금기라는 이삼십대에 벌써 개인에 앞서 사회를 생각하며 이 길을 선택한 대다수의 젊고 유능한 인재들인 직원들 앞에 진심으로 부끄럽다고. 그들이 “나누는” 삶을 그렇게 일찍 그리고 체계적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자신에겐 조금 낯설다고. 그리고 그보다 더, 자신의 시간을 쪼개서 일년에 수십 수백 시간 씩 봉사를 위해 쓰고 계신 많은 자원봉사자들이야말로 사랑과 나눔의 화신들이시라고.

끝으로 그는 얼마전 있었던 사례를 소개한다. 배우자와의 불화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받던 한 여성이 그가 몸담고 있는 뉴욕가정상담소에서 운영하는 쉼터(shelter)인 ‘무지개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건강도 회복하고 일자리도 찾아 자립해 나가면서 했던 고백…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혹시나 싶어서 했던 전화 한통화가 자신을 살게한거라고.

그래서, 또다른 나눔을 뒤늦게 공부하고 있는 위 이야기의 주인공인 나에게 더이상 섬은 없음이 지금 새삼 감사하다. 그 이상한 섬 대신에 뉴욕가정상담소가 소중하고 무지개의 집이 믿음직스럽다. 뉴욕가정상담소의 24시간 상담전화는 비밀이 보장되며 무료이고 한국어와 영어 서비스가 가능하다.
Korean American Family Service Center Hotline: 718-460-3800
web site: www.kafsc.org

<신민<뉴욕가정상담소 무지개의 집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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