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북아 평화와 한국의 외교

2015-11-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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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중국의 수도 베이징과 현재를 보면 그 달라진 규모에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진다고 한다. 그럴 만큼 오늘의 중국은 모든 것이 급변했다.

“쥐 잡는데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 가리지 말라”고 한 등소평의 혁신적 개방과 개혁정책의 결과이다.

중국은 그토록 원하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고 15년이나 끌어오던 WTO에 가입했으며 중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국제행사 APEC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처럼 지난 20년간 급속한 발전으로 오늘날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이런 중국이 최근 미국과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

미 해군 구축함이 이 해역에 건설중인 인공섬 인근으로 진입하자 중국은 영토침입이라며 멈추지 않을 경우 격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반면 미국은 국제법상 문제가 없는 일이라며 앞으로도 이 해역에 항해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양국의 움직임에는 일촉즉발의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한국은 이들 양국 사이에서 어느 한 편을 들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중국은 한국이 좀 더 중립을 지켜줄 것을 요청하고 있고 미국은 무슨 불합리한 일이 생길 때는 자국의 편을 들어주어야 한다고 은근히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중일 정상회담이 한국에서 열려 우리의 관심이 모아진다. 21세기 한국은 중국, 일본과 어느 시대보다도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고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과 미국사이에서 지혜로운 외교노선을 취해야 하는 입장이다.

급격한 변화와 발전으로 21세기는 이제 중국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 동맹관계가 어느 나라보다도 굳건한 미국과의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노선을 취해야 할까.

이 시대는 13억의 거대한 인구, 일본의 26배에 달하는 광대한 국토, 풍부하게 매장된 천연자원을 보유한 중국의 존재를 빼놓고는 세계를 거론할 상황이 아니다. 현재 중국은 세계를 향해 여러 나라들과 경제협정 등을 통해 입지를 점점 넓혀나가고 있다. 최근 시진핑 주석이 영국을 방문해 70조 규모의 원전 투자 협정을 체결한 것도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의 핵이라 불리는 한국은 이번에 의장국으로서 세계강국인 중국과 일본과 같이 경제협력 및 한반도 평화구축을 논의할 정도가 되었다.

이는 한국의 위상이 무시 못할 상태가 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국은 이들 국가와의 관계 강화 및 협력을 통해 경제발전과 동북아 평화 및 안정 도모에 핵심 국가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자세가 돼야 한다.

우선 한국과 인접국인 중국과 일본 양국이 추구하는 외교방향과 전략 등을 면밀히 연구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한 석학이 한국은 ‘창조경제’ 중국은 ‘창신경제’ 일본은 ‘혁신경제’를 꾀한다고 했듯이 나라마다 다른 외교전략과 정책목표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은 자국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중국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과 재능을 감추면서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韜光養晦)’ 같은 전략을 잘 파악하고 향후 동북아외교에 이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

이번 중국과 일본 정상과의 모임을 통해 앞으로 동북아외교에 성공을 기한다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한국이 풀어야 할 선택적 외교전략에도 그 절묘한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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