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해빙무드 찾은 한반도

2015-08-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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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70년 전 대한민국이 광복 된 지 5년 후인 1950년 6월25일 새벽 4시께, 북한 인민군 병력 11만 여명은 소련제 탱크 등을 앞세우고 3.8선을 넘어 한국에 대해 전면적인 공격을 개시했다. 그 후 3년이나 지속된 이 전쟁으로 남북한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인명피해와 전 국토가 잿더미가 되면서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 전쟁은 60년이 넘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전쟁으로 우리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전쟁’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끔찍하고 아찔한 상황에서 최근 북한의 김정은이 또 다시 48시간의 최후통첩으로 남한에 또 다시 전쟁을 감행하겠다며 ‘준전시상태’를 선포, 화력과 병력을 전시체제로 배치 이동하고 전 주민이 전시상태에 돌입했다. 그로 인해 막가는 김정은의 명령 하나만 떨어지면 또 다시 한반도가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남한에서도 이에 강경 대응, 대통령의 재가 없이도 모든 군부가 ‘유사시 먼저 행동하고 보고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서 실제로 모든 병력이 준전시체제로 들어갔으며 한미양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 북한에 상응하는 전투태세를 갖추고 나섰다.


지난 4일 북한의 비무장지대 지뢰도발에 대한 남한의 대북확성기 방송이 도화선이 되어 발발된 북한 김정은의 최후통첩, 매순간 국내외 모든 한국인의 땀을 쥐게 한 긴장의 연속, 일촉즉발의 위기감속에서 우리를 감격스럽게 만든 것은 같은 핏줄, 같은 형제라는 의식의 발로에서 마침내 이루어낸 통 큰 결과였다.

전쟁이냐, 평화냐 라는 대명제 앞에 위기 해결을 위해 나선 남북한 고위 당국자들이 마침내 화해와 타협을 상징하는 밝은 미소와 굳센 악수로 전쟁의 위기를 극복하고 양국간의 관계를 평화의 분위기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43시간에 걸친 마라톤협상, 모두가 숨죽이며 기다리던 끝에 도출해낸 그야말로 아름답고 감격스러운 결과다. 남북한 7,000만 한민족이 이런 순간을 얼마나 기다리고 고대했던가!

이제 북한은 우리와 한 민족, 한 핏줄로서 함께 가는 상생,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남한에서도 전역군인들이 줄지어 유사시 싸우겠다며 제대를 지연시키고 전쟁대열에 동참하겠다는 분위기를 보였다. 애국심이 가상하긴 하지만 결국 같은 형제끼리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전쟁은 이제 더 이상 안 된다.

이번 평화적인 대타협의 결과는 앞으로 남북한 두 형제가 힘만 합친다면 통일의 물꼬를 트는 전기가 될 것이다. 그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작은 노력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번 당국자 회담의 합의가 성사된 것도 우선 북한이 도발에 대한 유감의 뜻을 표명하고 남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중단을 곧바로 하기로 함으로써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나니 남북한의 앞날에 서광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산가족 상봉 재개, 남북한 고위 회담 정례화 및 체계화, 남북문화 체육교류, 중단된 경제교류 활성화 등 남북이 같은 형제로서 함께 가는 길을 마련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는 물론, 잘만 하면 앞으로 남북정상이 한자리에 만나는 날도 올 것이다.

독일 통일이 민간교류에서부터 자연스레 이루어진 것을 보면 우리도 지금부터 이와 같이 작은 것이라도 하나씩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남북한이 절로 하나가 되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그 때까지 우리는 하나가 되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번 결과를 가져온 양측 고위당국자들의 끈질긴 인내와 노력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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